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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맛있게 드셨습니까?
제 863 호    발행일 : 2013.05.20 


 
   그대 손에 들린 테이크 아웃 커피, 맛있게 드셨습니까? 달콤하고 쓴 여운을 남기고 비어버린 그 종이컵을 그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대 손에 들린 과일 주스, 맛있게 드셨습니까? 부드러운 과육과 상큼한 맛으로 당신의 졸음을 깨워주고 비어버린 플라스틱 컵을 그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학교의 교정은 정말 넓습니다. 그런데 이 넓은 교정에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쓰레기통입니다. 각 건물 안에만 쓰레기통이 있을 뿐, 길을 걷다보면 쓰레기통이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학교에서 깨끗한 교정을 만들기 위해서 몇 년 전, 건물 외부의 쓰레기통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쓰레기통이 없어서 그랬는지 어느 날 테니스장 옆을 지나는데, 한 여학생이 조경석 위에 종이컵을 아주 정성스럽게 올려놓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마치 설치예술이라도 하는 듯 내용물이 쏟아질까봐 조심조심 올려놓고는 그대로 가버렸습니다.
   그 자리엔 조경석과 생뚱맞은 종이컵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닙니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풀꽃들과 쓰레기의 부조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찌그러진 음료수 캔이 풀밭에 숨어있고, 비닐 포장지가 바람에 날리다 나무에 걸리는 광경도 목격됩니다. 색색의 과일주스가 남아있는 플라스틱 컵이 3개쯤 모여 있는 것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고 거리에 마련되어있는 재떨이가 무색하게 담배꽁초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것도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쓰레기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그곳에 쓰레기통이 있었더라면 그 여학생은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종이컵을 조경석 위에 올려놓지 않고 쓰레기통에 당당하게 버렸겠지요.
   그래서 저는 학교 곳곳에 쓰레기통이 조금씩이라도 다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쓰레기통이 있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공중도덕과 양손의 편의를 가늠하며 쓰레기를 길에 버릴지 들고 갈지 고민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커피도 다 먹었고, 주스도 다 먹었으니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일회용 컵들. 그리고 저마다 제 일을 마치고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담배꽁초, 비닐 포장, 음료수캔 등, 쓰레기통을 찾을 때까지 이것들을 들고 다니는 것은 분명 번거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쓰레기통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적어도 자기가 만들어낸 쓰레기라면 책임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커피를 즐겨 마시는 당신. 하지만 당신은 커피를 살 때부터 커피를 다 마신 순간 이 컵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고 길에는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쓰레기통이 없는 거리에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그 종이컵을 그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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