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공립대학의 ‘기성회비’가 뭇매를 맞고 있다. 기성회비는 1963년 예산부족에 시달리던 당시 정부가 대학의 재정난을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문교부 장관 훈령)’을 제정하면서 생겨났다. 후원회 성격인 기성회를 결성하여 기존의 입학금과 수업료 외에 기성회비를 걷어 학교 시설비, 교직원 연구비, 학교 운영비 등으로 쓰게 한 것이다. 이후 관행적으로 기성회비는 대학 등록금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에 대한 법률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대학등록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법률적 근거가 없이 부과되는 기성회비에 대한 폐지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사립대학들은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공립대학들은 계속 받아왔다. 지난 7월 25일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기성회비로 지급되는 국.공립대 공무원 직원들의 수당을 지급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어 8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한국방송통신대학 학생 10명이 낸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에서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주춤했던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이 봄물을 이룰 것이란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사립대가 폐지한 기성회비를 폐지하지 않고 있는 국.공립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성회비를 폐지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기성회비와 관련된 최근의 일들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본질이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법부의 판결은 법률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대학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법률 제정과 대체 재원 마련에 무관심 했던 대학과 위정자들이다.
현실적으로 기성회비가 없다면 국공립대학교의 운영은 불가능하다. 기성회비는 국.공립대학교를 운용하는 실질적인 재원이다. 따라서 기성회비를 걷지 못하게 된다면 학교측은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지 않는 한 수업료 인상을 통해 대체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기성회비를 폐지한 사립대학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기성회비를 폐지한 사립대학들은 기성회비로 걷던 돈을 수업료와 함께 그대로 등록금으로 표시하여 고지서를 발행했고 여전히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국.공립대 등록금의 2배를 상회한다.
결과적으로 기성회비는 대학운영에 꼭 필요한 재원이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지금 기성회비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성회비를 대체할 수 있는 관련 입법을 통해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재원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그 사용에 대한 관리와 감시를 철저히 해 허투루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정부가 기성회비를 대체할 수 있는 재원을 지원하여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에 불과해 보인다.
천문학적 등록금을 거둬 방만하고 비합리적인 재정 운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등골을 빼는 대학에 대한 비판과 규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와 의견수렴도 없이 국.공립대의 기성회비를 반값 등록금 정책의 재물로 삼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기성회비 수당 문제로 한동안 학교가 시끄러울 듯 하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보다 더 나은 보수와 직장을 원한다. 실질적인 임금삭감 상황에서 우수한 직원들이 학교를 떠나는 일이 없기만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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