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긴 후 엄청난 문장의 길이에 압도당했다. 문장을 한줄 읽은 후에는 이게 우리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압도당한 채 책장을 덮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책을 펼쳤다. 책에 사용된 언어 하나하나가 모두 낯설었다. 외국어도 아닌 우리말이 낯설게 느껴진다. 책의 시대적 배경과 지금은 불과 40여 년 밖에 차이가 나지를 않는다. 그 사이에 우리말이 이렇게 많이 바뀌었나? 아무리 40여 년 전의 충청도 사투리라지만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말이 심심할 정도로 느껴지니 말이다.
<우리동네>는 사투리를 맛깔나게 사용한다. 사투리가 들어간 문장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또한 어디서 본 듯한 속담도 있고, 냉소적으로 말을 한다. 게다가 충청도의 사투리까지 더해진다. 재미뿐만 아니라 언어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 동네>는 처음부터 사투리로 웃기고, 나도 모르게 책 속의 인물이 돼 소리 내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연작소설의 형태는 옴니버스 영화의 형태와 비슷하다. <우리동네>는 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엮은 연작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책 속의 인물들은 단편의 주인공도 되었다가, 주변인물이 되었다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도시화돼 가는 농촌과 새마을 운동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과도기 모습을 보여주는 주제로 귀결된다.
나는 할머니와 얘기하다 보면 할머니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다. 할머니는 경상도 지리산 자락에서 계속 살아오셨고, 나는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려움이다. 그만큼 과거에 사용하던 말은 점점 잊혀져간다. 심지어 세대 간의 대화에 어려움도 가지고 온다. 말이라는 것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야 의미가 살고 맛이 살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동네>는 충청도 사투리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구전되지 못한 우리의 말을 글로나마 미래에 전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책 같다.
말의 맛, 언어의 맛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건 단지 친구들과 말할 때처럼 욕을 섞어가며 말하고, 은어 비속어만 많이 사용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동네>를 읽고 그 맛을 조금이나마 알았다. ‘진짜 말을 재미있게 하는 건 무엇일까?’ ‘달변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현재의 우리는 사용하는 말에 대해 반성해 봐야 한다. 정말 우리나라 언어의 맛이란 읽어보고 사용해 본 사람만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처럼 느껴져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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