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목표 중 하나였던 조정래 대하소설 읽기. 그 첫 출발이었던 <한강>이 드디어 끝났다. 처음 1권을 집었을 때의 설렘,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 과연 내가 장문의 글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등 복잡한 감정을 끌어안고 책을 읽어나갔다.
광주가 고향인 유일민과 유일표 형제가 서울로 상경하는 모습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 형제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 중 월북해 남쪽에 남겨진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전쟁 후 민감한 시대를 보내는 이들 가족은 경찰의 감시 속에서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내는 날이 없다. 공부하기 위해 서울로 온 형제의 생활은 여전히 궁핍하다. 달동네의 허름한 판자촌에서 생활하고 경찰의 감시는 더 심해진다. 형제는 아버지의 월북으로 인해 연좌제라는 족쇄에 묶여 아무리 발버둥쳐도 꿈과 희망을 이룰 수가 없다.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이 어쩔 수 없었지만 이들 형제에게 너무 잔인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6,70년대 당시 실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펼쳐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외국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서독에 간호사로 갔지만 심한 직업병에 걸린 간호사와 귀국 후 가족들에게 짐이 돼서 다시 서독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간호사들, 그리고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매일 들어가 가족들을 생각하며 죽음의 공포를 견뎌가며 일 한 광부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더위를 견뎌가며 일했던 노동자들의 모습까지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인 접대부로 살아가면서도 국내에서 해외 돈을 벌어들이는 애국자라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자신들을 위로하는 여인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 빌붙어 권력을 유지하려는 국회의원과 그 밑에서 판검사가 되기 위해 청춘을 바치는 젊은이들 등 이 책에는 참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삶을 보면서 교과서나 다큐멘터리에서 가끔씩 볼 수 있었던, 이제는 박물관에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부모님 세대가 충분히 겪었을 가까운 과거가 처음으로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가난했던 나라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희생이 따랐던 경제에만 치우친 정책(이 책에 따르면 결국은 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었던)이 우리나라를 위해 필요했던 것인지, 군부독재가 아닌 민주적인 몇 십 년을 보냈더라면 현재는 어떨 것인지 이 외에도 이런 생각은 앞으로도 오래 할 것 같다.
<한강>은 열 권짜리 대작을 완독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위와 같은 어려운 문제를 내게 던져주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한강>을 읽음으로써 그동안 관심 없이 그냥 지나쳤던 어두운 현대사를 직접 마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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