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소설은 다 읽고 나면 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느낌이 든다. 그게 결코, 밝고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가끔은 무거운 소설보다 좀 더 가볍고 짧고 유머가 있는 글도 만나고 싶었다. 이런 독자들의 염원 때문이었는지 이전과 다른 아주 짧고 유머가 있는 풍경을 그린 책을 출간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신경숙 작가다운 책은 아니다. 그녀의 글쓰기는 항상 일상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공감과 슬픔을 주제로 한다. 이 책은 그녀가 밝혔듯 신경숙 문학의 방향성과 다르게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슴이 아리고 동시에 은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아주 짧은 소설이다.
한편, 신경숙 작가는 자기 이야기를 소설로 잘 옮기는 작가이고 책에 담긴 26개의 이야기도 본인 이야기 또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색했을 것이라 느껴진다. 그만큼 이 책은 아주 자연스럽다. 책을 읽고 넘기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물이 흘러가듯 부드럽게 읽혀진다. 책장을 넘기는 무게도 아주 경쾌하고 가볍다.
이 책을 읽다가 15분도 안 걸리는 짧은 이야기 하나에 책장을 덮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여동생 J가 미국으로 떠난 후 희경은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온 전화를 받는다. 별말씀 안하시고 안부를 나누고 나면 두 모녀는 할 말이 없어서 전화를 끊는다. 무슨 연유가 있기에 갑자기 매일 아침 전화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여동생 J는 알고 있겠지 하고 전화를 건 희경. 여동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서울에 있을 때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전날 본 드라마 이야기를 어머니와 신나게 했다는 말에 희경은 어머니가 즐겨보는 드라마를 본 후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울리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드라마 이야기를 한바탕한다. 희경은 배가 툭 나온 탤런트 주현이 뭐가 좋냐고 말하자 어머니께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그 나온 배가 인격이라면서 맞받아친다.
그렇게 두 모녀는 안부만 묻고 끊던 전화를 붙들고 한참을 떠들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혼자 사시는 어머니를 발견한 희경에 대한 이야기. 이는 신경숙의 또 다른 작품 <엄마를 부탁해>에서 주인공이 잊고 살았던 엄마라는 존재를 발견하고 죄스럽고 고마운 감정을 잘 담고 있다.
이야기들은 자극적이지 않으며 작위적인 농담도 없다. 그냥 피식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들로만 구성돼있어 미소를 온종일 지을 수 있게 하는 유머들이 많다. 남몰래 달에게만 수줍게 말하는 일상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쁜 일상 중에 읽는 것보다는 하루를 정리한 후 잠자기 전에 한두 개씩 읽는 것이 좋다. 최대한 차분하고 정리된 마음에서 읽어야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잘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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