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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공감-옛날신문 다시보기] 갈잎이 덩이져 뒹구는 |
| 제 870 호 발행일 : 2013.11.18 |
| 박숙란(가정·2) |
| 충북대신문 제141호(1974년 11월 16일자) 게재 수필 |
언제부터인가 낙엽이 잊혀진 거리의 석간(夕刊)처럼 울음을 부르며 나부끼고 있었다. 떠나든지 머물든지 미동(微動)조차 못하고 자꾸만 내안에서 울어대고 있었고 점차로 빛을 잃어가는 마음을 보채고 있었다. 그건, 널 찬미하려 했던 내 마음의 빛깔이 희미하게 바래지고 있었고 난 네게 증오의 눈길을 보내는 습관이 생긴 날부터였다. 유난히도 맑고 깊은, 그래서 내가 그 호수 속으로 몸을 던지지 않으면 못 배기었을 커다란 눈동자의 네가 자꾸만 내 머리에 생각 키우게 하던 네가 어이없게도 내 곁을 떠난 때 부터였다. 얕은 한숨과 두어 방울의 눈물로였다. 이따금 들리는 갈잎 구르는 소린, 난 언제나 혼자였다는 것을 되 뇌이게 해 주고 있다. 낙엽 그리고 흩어진 꿈 조각들. 어린 날 돌아가신 할머니 무덤만큼이나 수북이 쌓인 꿈 조각들. 기인 긴 밤이었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태양을 잃어버리고 구멍 뚫린 이파리 위에까지 내렸다. 마음이 조급해버린 겨울 찬바람은 어디론가 자꾸만 날 데리고 가려는 너의 한숨과 눈물로 엉킨 굴레는 웃고만 있다. 내가 너의 굴레를 헤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 굴레를 파열해야만 하는 아픔을 너에게 안겨주는 것이기에 안할 뿐. 그래서 넌 온 하늘로 번져가는 웃음을 웃고, 난 깊은 폐터의 흐느낌을 울어야만 했다. 어제는 그 찻집에 갔었다. 슬픔을 달래주려는 듯한 음악이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네가 좋아하던 소설가 P씨의 <안으로만 타는 눈빛>이 걸려 있는 구석의 테이블, 이조시대의 창을 연상케 하는 조그맣고 동그란 창문. 넌 그것도 무척이나 좋아 했지. 그 창으로 보이던 새로운 세계들, 우린 창 앞을 지나가는 배나온 아저씨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나도록 웃기도 했고, 어느 추운 겨울날엔 발갛게 부어올라 얼은 손에 신문뭉치를 안고 가던 신문팔이 소녀가 불쌍하다고 너의 타는 듯이 붉은 장갑을 건네주기도 했었는데. 저만큼에 앉아 있었던 너의 커다란 눈동자가 내 시야에 가득히 안겨 올 때는 난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고 마지막 한모금의 커피를 비우는 손이 떨린다. 바람이 불어 간 후의 텅 빈 거리를 낙엽대신 흩어진 꿈 조각을 주우며 걷고 있다. 그 회색빛 하늘 아래 낙엽이 덮인 낡은 뒷거리를 걸으며 너의 모습을 잊으려 애쓰겠다. 슬프지 않으려 하련다.
내 전신이 네 맑은 호수 속으로 빠지던 날 이후 그렇게 또 한해가 가고, 낙엽이 지던 날, 난 그해 중 가장 질기고 빛나던 햇살을 모아 너의 예쁜 손을 따뜻하게 해줄 장갑을 지었지. 허나 이젠 슬프지 않으련다. 다신 볼 수 없을지라도 널 위해 기도하련다. 이젠 너가 그리고 좋아하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겠지. 그러면 거리의 촛대엔 성냥불이 그어지고 골방의 낡은 책들도 기어 나와 춤을 출게다. 아아, 친구야! 낙엽이 덩이져 뒹구는 이 거리에 추리의 기쁨이 뒹굴도록 노력하자. 지금도 갈잎이 소리내며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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