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방송사 충북대신문 The Chungbuk Times 교육방송국
전체기사종합취업대학사회광장사람특집문화동영상뉴스포토&만평학술현상공모전문학
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광장
광장 섹션
확대축소프린트
 신문사
[세대공감-옛날신문 다시보기] 갈잎이 덩이져 뒹구는
제 870 호    발행일 : 2013.11.18 
박숙란(가정·2)
충북대신문 제141호(1974년 11월 16일자) 게재 수필

  언제부터인가 낙엽이 잊혀진 거리의 석간(夕刊)처럼 울음을 부르며 나부끼고 있었다. 떠나든지 머물든지 미동(微動)조차 못하고 자꾸만 내안에서 울어대고 있었고 점차로 빛을 잃어가는 마음을 보채고 있었다.
  그건, 널 찬미하려 했던 내 마음의 빛깔이 희미하게 바래지고 있었고 난 네게 증오의 눈길을 보내는 습관이 생긴 날부터였다. 유난히도 맑고 깊은, 그래서 내가 그 호수 속으로 몸을 던지지 않으면 못 배기었을 커다란 눈동자의 네가 자꾸만 내 머리에 생각 키우게 하던 네가 어이없게도 내 곁을 떠난 때 부터였다. 얕은 한숨과 두어 방울의 눈물로였다.
  이따금 들리는 갈잎 구르는 소린, 난 언제나 혼자였다는 것을 되 뇌이게 해 주고 있다. 낙엽 그리고 흩어진 꿈 조각들. 어린 날 돌아가신 할머니 무덤만큼이나 수북이 쌓인 꿈 조각들. 기인 긴 밤이었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태양을 잃어버리고 구멍 뚫린 이파리 위에까지 내렸다. 마음이 조급해버린 겨울 찬바람은 어디론가 자꾸만 날 데리고 가려는 너의 한숨과 눈물로 엉킨 굴레는 웃고만 있다.
  내가 너의 굴레를 헤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 굴레를 파열해야만 하는 아픔을 너에게 안겨주는 것이기에 안할 뿐. 그래서 넌 온 하늘로 번져가는 웃음을 웃고, 난 깊은 폐터의 흐느낌을 울어야만 했다.
  어제는 그 찻집에 갔었다. 슬픔을 달래주려는 듯한 음악이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네가 좋아하던 소설가 P씨의 <안으로만 타는 눈빛>이 걸려 있는 구석의 테이블, 이조시대의 창을 연상케 하는 조그맣고 동그란 창문. 넌 그것도 무척이나 좋아 했지. 그 창으로 보이던 새로운 세계들, 우린 창 앞을 지나가는 배나온 아저씨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나도록 웃기도 했고, 어느 추운 겨울날엔 발갛게 부어올라 얼은 손에 신문뭉치를 안고 가던 신문팔이 소녀가 불쌍하다고 너의 타는 듯이 붉은 장갑을 건네주기도 했었는데.
  저만큼에 앉아 있었던 너의 커다란 눈동자가 내 시야에 가득히 안겨 올 때는 난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고 마지막 한모금의 커피를 비우는 손이 떨린다.
  바람이 불어 간 후의 텅 빈 거리를 낙엽대신 흩어진 꿈 조각을 주우며 걷고 있다.
  그 회색빛 하늘 아래 낙엽이 덮인 낡은 뒷거리를 걸으며 너의 모습을 잊으려 애쓰겠다. 슬프지 않으려 하련다.
 
  내 전신이 네 맑은 호수 속으로 빠지던 날 이후 그렇게 또 한해가 가고, 낙엽이 지던 날, 난 그해 중 가장 질기고 빛나던 햇살을 모아 너의 예쁜 손을 따뜻하게 해줄 장갑을 지었지.
  허나 이젠 슬프지 않으련다. 다신 볼 수 없을지라도 널 위해 기도하련다. 이젠 너가 그리고 좋아하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겠지. 그러면 거리의 촛대엔 성냥불이 그어지고 골방의 낡은 책들도 기어 나와 춤을 출게다.
  아아, 친구야!
  낙엽이 덩이져 뒹구는 이 거리에 추리의 기쁨이 뒹굴도록 노력하자.
  지금도 갈잎이 소리내며 흩날린다.
목록보기
최근기사
D등급에서 9월 투표까지, 충북대·교통대 통...
학생들의 선의 노린 포교 수법, 개인정보 제...
<양심의 빈자리> 학내 공용공간, 잘 사용하...
고물가 시대, 학교 주변에서 찾은 가성비 밥...
원청교섭 나선 정부기관, 노란봉투법 현실은....
광장 More
<기자 보다> 빛이 나의 안에 있다면 그림자는 생기지 않...
<데스크칼럼> 절차 무시한 선거가 남긴 신뢰의 공백
<충슐랭가이드> 독서의 계절에 만나는 책과 카페 ‘인문아...
<기자보다> 여름이라는 유예기간,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데스크칼럼> 서툴고 투박한 내 언어의 가치
<츙슐랭가이드> 익숙한 골목에서 만난 뜻밖의 여정, ‘운...
<기자 하다> 어둠을 뚫고 한라산에서 맞이한 새해, 한계...
<데스크칼럼> 학점이 배움을 삼키다
<충슐랭가이드> 쉼표가 있는 삶, ‘초정치유마을’
<기고문> 개신단(開新壇)과 과유불급(過猶不及)
전체기사 종합
취업
대학
사회
광장
사람
특집
문화
동영상뉴스
포토&만평
학술
현상공모전
문학
동영상뉴스
수습기자모집
PDF자료실
지난호보기
신문사 소개 기사제보 독자참여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8644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대로1,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발행인 : 직무대리 유재수 | 주간 : 이장원 | 부주간 : 신꽃비)

행정실 : 043-261-2934    충북대신문 : 043-261-2936    The Chungbuk Times : 043-261-2935    교육방송국 : 043-261-2953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