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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즐겨찾기] 김중혁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
제 879 호    발행일 : 2014.06.02 
당선자 | 김소영(국제경영학과·12)


 

  무책임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다. 왠지 입에 담기만 해도 힘이 쭉 빠지는 체념을 담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어떤 말 한마디보다도 따뜻한 위로가 되고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그야말로 ‘제목다운 제목’이었다. 산문집의 매력은 엄청난 것 같다. 소설이 가상의 배경 위에 가상의 인물을 세워놓고 은근하게 작가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산문집은 큰 무대 위에 작가라는 주인공이 홀로 서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한 권을 뚝딱 읽었을 뿐인데 김중혁이라는 사람을 당장 핸드폰 연락처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사람들과 지극히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를 비롯해 영화, 음악, TV, 외국 시트콤까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별다른 감상 없이 흘려보낼 수도 있을 한마디 상식이나 짧은 광고에서도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글 하나를 술술 써내려가는 게 부러웠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제일 좋았던 건,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숨이 가쁜 시대다. 민족대명절이라는 따스한 단어 아래 친척들을 만날 때조차도, 걱정이란 명목 아래 스펙이니 취업이니 하는 가시가 날아와 콕콕 박힌다. 주변 사람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어디에 취직할 거니, 뭐하고 살 거니, 만들어 둔 스펙은 많니 외에도 그 자리에서 나를 면접장에 들어선 지원자로 만들어버리는 질문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책에서 김중혁은 말한다. ‘우리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존재들이라고. 시행착오를 겪을 권리가 있다고. 꼭 무엇이 돼야 하나? 지금 이대로의 속도도 충분하지 않나?’ 라고. 때로는 큭큭대며 가볍게 책장을 넘기지만 어떤 부분에선 깊게 생각하게 만들고, 지금 나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다른 어떤 기나긴 위로보다도 강하게 나를 토닥여주는 문장이 많았다.
  책 읽는 게 지루한 사람, 인생이 팍팍한 사람, 뇌가 말랑말랑해졌으면 좋겠는 사람, 삶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 잡다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사람, 삶에 대해 성찰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김중혁이라는 작가가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길어야 두세 장 정도의 짧은 산문을 엮어놓아서 읽는 흐름이 끊기거나 질려버릴 염려도 없고, 중간중간 작가가 직접 그린 재기발랄한 카툰이 있는 데다,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분명한 강단과 주관이 있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마음껏 만나볼 수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뿐하고 인생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안 읽어볼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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