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이순신에 대한 이미지는 TV 드라마나 소설을 통해 각색된 모습이었다. 문득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존경하는 인물에 대한 원사료를 읽어보지 않았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얼마 후, <난중일기>를 사서 읽었다.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여러 핑계를 대며 사료를 접할 기회를 회피해왔던 부끄러움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었고, 이순신 장군의 생생한 육성을 듣는 듯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순신의 일기를 통해 그간 내가 품어왔던 그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7년간의 일기 중 정유년과 무술년의 일기가 가장 눈에 띄었다. 백의종군 이후 명량해전을 거쳐 노량에서의 마지막 전투로 이어지는 2년간의 기록은 그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꼈을 법한 감정이나 생각을 많이 담고 있었다. 일기 속 그의 삶은 고단했고, 그의 일기는 절절했다. 어머니와 아들을 잃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순신은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다. 그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면서,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어머니와 아들을 잃고 나서 그가 느꼈을 절망은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비통함에 자신의 심정을 아주 묻어버리지는 않은 듯 했다. 백의종군의 한(恨)과 부하들을 잃은 슬픔(哀) 그리고 어머니에게 효(孝)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들을 보살피지(慈愛) 못했다는 절망이 전란의 화염과 어우러져 나라와 백성을 위한 충(忠)으로 승화됐고, 그러한 충(忠)은 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남쪽의 바다에서 연전연승했으며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오늘날 호국(護國)정신으로 이어져 이 땅의 젊은이들의 가슴에 안보의식을 불어넣었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당당히 해양주권을 보전해 나가는 데 크나큰 자양분을 제공했다.
짤막한 글로는 이순신의 내면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그는 수차례 겪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끝까지 적과 맞서 싸운 이순신에게 ‘영웅’이란 칭호는 오히려 부족해 보였다. 그는 ‘영웅’이라 하기에도 너무나도 ‘위대한 인간 이순신’이었다. <난중일기>는 ‘위대한 인간 이순신’의 7년간 행적을 담은 ‘위대한 기록’인 것이다. 감상문을 쓰면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장소를 가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그가 목숨을 걸고 지켰던 남쪽의 바다를 갔으면 했다. 마침 우리 학과에서 울돌목과 벽파진 전첩비, 우수영 국민관광지를 답사지로 선정했다. 나는 울돌목의 순류와 역류를 볼 수 있었다. 순류와 역류는 서로 뒤엉키어 흐르고, 굽이치고, 몰아쳤다. 파도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부짖음이 다시 내 가슴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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