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추(立秋)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가을 날씨에 접어든 듯하다. 가을은 예로부터 풍요를 상징하며 천고마비(天高馬肥)로 불릴 만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좋은 계절로 알려져 있지만 대학 캠퍼스의 가을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가을은 낭만의 계절이기에 앞서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다소 무섭고 떨리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교는 지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으며 명문 국립대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전국지역거점국립대학 중 취업률 2위를 달성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취업의 기회를 맞이했으니 기뻐야 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취업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얼어붙어있고, 우리 아버지 세대는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을 강요받으며 자영업과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정수입이 없는 가정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우리 주변에서 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때문에 대학 생활은 취업준비로 시작해서 취업으로 끝나는 것이 마치 정도인 것처럼 굳어져가고 있다. 빛나는 졸업장보다는 빛나는 합격통지서를 받아야지만 끝나는 대학생활이 된 것이다.
이처럼 취업을 목전에 둔 20대의 가을은 불안하고 삭막하다. 잠시 쉴 틈도 없이 학업과 취업과 아르바이트라는 쳇바퀴 속에서 뛰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20대의 삭막함이 안타까웠던지 지난 7일 우리 학교 인문대학 앞에는 벤치와 함께 작은 나무도서관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 작은 도서관의 의미는 단순히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은 추천하고 싶은 누군가에 의해 기증되며 읽은 사람은 소감을 담은 엽서를 남길 수 있다. 그야말로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소통의 장으로 불리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필자는 불안하고 삭막한 중에도 우리는 대학생이기에 잠시 쉬어가며 이 같은 소소한 낭만을 좇아보라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돌아갈 여유조차 없다면 잠시 가던 길에 멈춰 서서 자신과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 여유와 낭만을 가져보자. 우리에게는 분명 쉼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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