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다 더 제대로 때렸고 제대로 맞은 뒤통수가 있을까. 예정된 투표일이었던 지난 26일 새벽, 중앙선관위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특정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에 대한 후보자격 박탈 공고로 많은 개신학우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보가 됐다. 새벽시간에, 더군다나 SNS라는 창구 하나만을 통해 공지됐기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후보자격이 박탈된 선본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기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교체할 시간마저 없었던 투표용지에는 해당 선본의 번호가 보란 듯이 적혀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며 뒤통수를 맞은지도 모른 채 뒤통수를 맞았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학생들은 당황했고 당황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이의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중앙선관위는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투표를 종료했고 개표 없이 마무리했다. 이후 해당 선본에 대한 후보자격 박탈 건은 번복됐으며 재투표가 결정됐다.
하루아침에 학생 모두를 바보로 만든 웃지 못할 사건의 배경에는 선본들 간의 과도한 경쟁이 있었다. 총학생회 선거 입후보자가 많다 보니 치열한 경쟁에 대한 예상은 충분히 했었다. 하지만 공정하게 경쟁할 것이란 기대는 욕심이었을까. 공정한 경쟁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로 물어뜯기 바빴던 진흙탕 싸움이었고, 흙탕물을 뒤집어 쓴 건 오히려 애꿎은 학생들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공약으로 앞을 보고 달렸어야 할 선본들은 자꾸만 옆에서 달리는 다른 선본을 신경 썼고 결국 네 선본 모두 결승선에 들어오지 못하고 다시 출발선으로 되돌아갔다.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 진흙탕에서는 연꽃이 피어나길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공정함 속에 피어났어야 할 학생대표에 대한 기대는 이미 되돌리기 힘든 실망으로 바뀌었다.
지난 19일 각 선본 간 정책토론회에 앞서 중앙선관위장이 외친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라는 슬로건은 이제 무색하리만큼 초라해졌다. 학생들이 투표한 소중한 한 표는 휴지조각만 못하게 됐고, 투표권은 서로를 향해 쏘아댄 선본들의 탄환보다 약했다.
재투표가 코앞이지만 학생들은 이미 선본들의 공약보다 물어뜯기식 경쟁을 먼저 떠올리고 있다. 재투표는 대안이지 답이 될 수 없으며 이 사건에 책임감은 비단 중앙선관위와 논란이 된 선본뿐만 아니라 모든 선본이 함께 느껴야 마땅하다. 재투표 전후를 기해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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