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영화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좋은 장르이다. 그러나 ‘작품성’을 갖춘 SF영화는 보기 드물다. SF영화가 무엇보다 중점으로 두는 요소는 ‘관객들의 반응’이다. 즉, 작품성보다는 상업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은 SF영화계에 반가운 인물이 아닌가 싶다.
<메멘토>를 시작으로 놀란은 꾸준히 영화사에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다. 그 중, <메멘토>, <다크나이트>, <인셉션> 등은 SF, 판타지 장르를 통해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트렌센던스>를 통해서는 좀 더 파격적이고, 폭넓은 상상력으로 SF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참신함’을 극대화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놀란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관객에게 ‘놀라움’과 ‘참신함’을 보여주고 평론가에게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일반 관객에게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전달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즉, 상당히 참신하고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를 제시했지만 지나치게 난해하여 평범한 관객을 이해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이전의 작품들처럼 ‘파격적’인 상상력을 갖추고 있음과 동시에 매우 간단하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강력한 주제인 ‘사랑’으로 무장한 크리스토퍼 놀란식 SF영화의 정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캐스팅을 보자.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출연해 ‘놀란의 배우’에 합류한 앤 해서웨이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을 맡았다. 특히 매튜 맥커너히의 느리고 명확하지 않은 발음이, 오히려 시골에 사는 농부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 같아서 좋았다. 우주에 나가고 나서는 서서히 말투가 달라지는 모습도 디테일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해서 <제로 다크 서티>, <마마>, <헬프>에서 주연으로 명품 연기를 펼친 제시카 차스테인과 우리에게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드’로 친숙한 마이클 케인도 좋았다. 그리고 깨알 같은 조연인 맷 데이먼 역시 반가웠다.
연출도 남다르다. 일단 음악부터 현대 영화음악의 거장인 한스 짐머가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음악을 담당했던 작품으로는 <캐러비안의 해적>의 테마곡이 유명하고, 그는 <마다가스카르>같은 애니메이션, 그리고 <다크나이트>나 <인셉션> 같은 놀란의 영화에도 여러번 참여를 했다. 특히 그의 음악 기법에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완급 조절’을 할 줄 안다는 점이다. <다크나이트>에서 악당 베인과 배트맨이 맨손으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그 직전까지 약간 음험함과 어두운 음악을 구성했던 짐머는 맨손 격투 장면에서는 과감하게 음악을 지우고, 난투를 벌이는 타격의 소리만 남겨둔다. 이처럼 세심하면서도 ‘밀당’을 잘하는 짐머의 완급 조절은 해당 장면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이러한 짐머의 ‘완급 조절’은 <인터스텔라>에서도 확연히 돋보였다.
또한 그래픽 등, 시각적 연출 역시 눈여겨 볼 만 하다. 그 전의 우주를 다룬 작품인 <그래비티>에서부터 ‘우주’라는 배경에 대한 묘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구가 아닌 더욱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라는 배경을, 단순히 SF영화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내지 않고, ‘우주’ 그 자체의 고요함과 거대함을 나타내는 기법이 각광받은 것이다. <인터스텔라>는 이런 우주의 모습이 극도로 사실적이게 표현된다. 별, 행성, 혹은 블랙홀. 영화 도중 토성을 지나치는 장면에서는 우주선을 극도로 작게 표현하는데, 이러한 연출로 나타나는 우주의 광활함이 우리에게 더더욱 ‘현실성’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이전의 판타지 영화처럼 ‘좁아보이고 한정돼 보이는 우주’가 아닌,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한없이 넓은 우주’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과 현실감은 ‘블랙홀’이나 ‘웜홀’을 표현할 때도 재현됐다.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블랙홀과 웜홀의 모습은 실제 우주에 있는 실물을 영상에 담은 것 같았다.
스토리 역시 연출에 지지 않는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보편적이고 진부한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랑’을 과학과 인류의 문제라는 샛길을 따라 멀리 돌아서 결국에야 다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은 어떤 누군가에게만 한정되어있는 사랑이 아니다. 가족애일수도 있고, 자기애일수도 있다. 인류애일수도 있고, 이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랑의 종류와는 관계없이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심지어는 누군가를 희생시키기도 하는 원동력이 바로 이 모든 ‘사랑’이라는 것을 놀란은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런 인상을 받았다.
중간중간의 농담이나, 혹은 마지막에 나오는 인셉션의 패러디 같은 부분도 역시 3시간짜리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든 좋은 요소라고 생각한다. 유머와 휴머니티, 그리고 스케일까지 이 모든 요소를 갖춘 영화가 바로 <인터스텔라>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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