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우리 정부는 서울정부청사에서 개최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농업 분야에서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1995년 WTO에 가입하던 당시 우리나라의 지위는 개발도상국이었다. 그러나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농업 분야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의 개발도상국 특혜를 포기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언을 통해 농업 분야에서의 혜택마저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 때문이다. 지난 7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 등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한다면 더 이상 개도국이 아니므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위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였다. 즉,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선택을 해야만 했고, 결국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미국 측에서 원하는 것과 다른 선택을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고려한 결정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갖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포기는 어쩌면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지금의 우리나라는 WTO에 첫 발을 디딘 1995년에 비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경제개발이 뒤진 나라를 위한 개도국 특혜를 포기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이 정말 ‘선진국’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안정적이냐는 점이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이후, 농민단체들은 “국익을 핑계로 농업과 농민을 저버린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수입 쌀에 대한 관세도 낮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국산 쌀이 수입 쌀에 비해 1.4~3.5배 가량 비싸져 피해는 그대로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한 줄어드는 농업 보조금,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 재협상이나 쌀 시장 개방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 국내 농산물값 연쇄폭락 등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이에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농업재해보험 ▲청년 후계농 정착 지원금 등 후속대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은 “기존과 달라진 것 없는 재탕정책일 뿐”이라며 농민소득기본법의 조속한 제정과 ▲농민수당제 ▲양곡관리법 개정 등 선진국 수준의 농업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요 경제권 국가들과 FTA를 통해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한 상태다. 따라서 임시방편적인 대책은 전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 농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지속가능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이 이루어진 것은 지난달 25일이지만, 개도국 특혜는 WTO의 다음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유지할 수 있다.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등 다음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는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늦기전에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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