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방송사 충북대신문 The Chungbuk Times 교육방송국
전체기사종합취업대학사회광장사람특집문화동영상뉴스포토학술현상공모전문학
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광장
광장 섹션
확대축소프린트
 신문사
<데스크칼럼> ‘T’거나 ‘F’거나, 결국은 사람
제 975 호    발행일 : 2023.09.04 
1.jpg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거의 항상 나오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MBTI T냐, F냐”라는 질문이다. 한 코미디 프로에서 팩트를 좋아하고 감정적인 공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T냐고 묻던 대사가 어느새 일상 속 표현으로 자리매김해 나도 제법 자주 듣고 있다. 어디서, 몇 번을 검사하든 내 MBTI의 결과는 ‘IXTP’를 벗어나지 않았다. 논리적, 분석적,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는 분석적 유형인 T와 관계를 우선으로 판단하는 감정형인 F. 일상 속 나를 설명해보라면 단연 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지만 확실하게 주장하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가끔씩 감정 면에서 ‘개복치’가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울보’다. 누군가 나에게 호통을 치고 억울한 상황으로 몰고 가면 일단 눈가부터 촉촉해진다. 인터넷에서 조금이라도 슬픈 영상을 보면 콧등으로 눈물이 스쳐 지나가기 일쑤이고, 전에는 책을 읽고 한바탕 오열 대잔치를 벌인 적도 있다. 얼마 전 ‘수요개신시네마’에서 공포 영화인 <장화홍련>을 보면서 혼자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찔끔 흘리기까지 했으니 더 설명을 보탤 필요는 없을 거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변명할 건 있다. 내 눈물은 누군가를 의식한 눈물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으로 나오는 신체의 변화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이상하게도 나는 남에게 화를 내는 것, 남과 싸우는 것, 누군가의 분노를 온전히 받아내는 걸 잘 못했다. ‘사람은 다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좀 심하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화를 내는 방법을 잘 몰랐다. 지나치게 청렴했던 탓에 선생님 몰래 간식을 가져가는 반 친구를 선생님께 이르고 멱살을 잡혔던 그 순간에도 화를 내기는커녕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거 같아 화장실로 급하게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에게 크게 혼날 때면 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네가 뭘 잘했다고 우느냐’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곤 했다. 나와는 연관이 없는 다툼이라도 내 근처에서 벌어진다면 온몸이 중압감으로 짓눌리는 거 같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탓에 편안함을 되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이러한 내 특성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준 적은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 고장난 눈물샘을 조절하지 못하고 몸의 떨림을 조금 제어하지 못할 뿐 상대에게 그 감정을 떠넘기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내 특성 탓에 세상은 나를 약하게, 우습게 보는 듯했다. 감수성이 풍부해 다른 이들보다 눈물이 많은 사람에게는 고작 그런 거로 우냐며 놀리고,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에게는 소심하다고 말을 얹는다. 비판인지 비난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은 울보에게만 한정되지 않는 것 같다.
  SNS속 블랙박스 영상에서 사고 난 앞차를 보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에게 ‘왜 무력하게 비명을 지르냐, 듣기 싫다’라며 비난하는 댓글.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물에 떠밀려 가는 행인을 경찰이 구하는 모습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찍은 걸 보고는 ‘그걸 보고만 있냐. 당장 가서 구하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댓글. 감동적인 영상에 산통 깨는 댓글을 남겨 놓고 ‘T라서 그렇다’라고 남기는 사람. 자신은 T라 팩트만 말한다며 상처 주는 말들을 내뱉고 상처 받은 이에게 ‘너 F야?’라는 말로 넘어가는 사람. 도대체 T와 F가 뭐라고 그걸 내세워 사람을 공격할까? 결국 중요한 건 그 알파벳이 아니라 사람이다.
  물론 MBTI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사람들을 단 4개의 알파벳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간편한가. 하지만 세상에는 특정 유형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사람이 존재하고, 그중에서 이상적인 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 옆 사람이 운다면 그저 휴지 한 장을 건네주고, 다툼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혼자 덜덜 떨고 있다면 괜찮다고 어깨를 다독여주기만 하면 된다. 다름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 T든, F든,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거니 말이다.
Name Pass  

목록보기
최근기사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
2024년을 새롭게 열 ‘개화’ 선본 제56대 ...
2024년 우리 학교를 이끌어 갈 제56대 총학...
우리 학교의 요리왕은 누구일까? 장쿱이의 꿈
우왕이와 찰칵, 생협 포토쿱 설치
광장 More
<기자,보다> 추운 겨울 따뜻함을 전하는 영화, <7번방의 ...
<데스크칼럼> 노고만 있고 사람은 사라진 게임
#역사속 충북대 - 하위권 충북대 돌풍 축구계 "신선한 ...
<충슐랭가이드> 우리 학교 주변의 숨은 정통 일본우동 맛...
<기자보다> All is well, 영화 <세 얼간이>
<데스크칼럼> 기분이 중심이 되는 사회의 사람들
<충슐랭가이드> 가성비 갑, 산남동 숨은 맛집 ‘소미 칼...
<기자읽다> 공백을 채워 나가던 삶에서 다시 공백을 만드...
<데스크칼럼> ‘T’거나 ‘F’거나, 결국은 사람
<충슐랭가이드> 주성야독(舟城夜讀), 달빛 아래 청주를 ...
전체기사 종합
취업
대학
사회
광장
사람
특집
문화
동영상뉴스
포토
학술
현상공모전
문학
동영상뉴스
수습기자모집
PDF자료실
지난호보기
신문사 소개 기사제보 독자참여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8644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대로1,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발행인 : 고창섭 | 주간 : 구본상)

행정실 : 043-261-2934    충북대신문 : 043-261-2936    The Chungbuk Times : 043-261-2935    교육방송국 : 043-261-2953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