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을 받아 읽는 순간은 늘 설레는 마음이다.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가 있고, 인간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드높은 지점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시와 시정신이 살아 있지 않은 세상은 꽃들이 피어나지 않는 대지처럼 적막하다. 시는 가장 화려한 인간언어의 집적물이며, 가장 순수한 인간영혼의 발현체이다. 총 12명이 응모한 34편의 작품은 결코 양적으로 많다고 할 수 없으나, 젊은 대학생들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언어와 그들이 지향하는 세계를 엿보기에는 그런대로 부족함이 없었다. 조금 어눌하기는 하나 언어를 닦아보려는 노력들이 인상적이었고, 자신들의 내면을 고양시키려는 안간힘이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강하게 사로잡는 작품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작품이 비슷비슷한 어느 수준에 멈춰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 조금 더 과감한 시도, 조금 더 활달한 일탈, 조금 더 몰입하는 열정, 조금 더 목숨을 거는 사색과 습작의 시간이 더해져야만 이런 한계를 돌파하고 다른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응모작 가운데 그래도 미적 완성도와 정신적 깊이를 가장 높게 보여주는 작품은 〈달에 토끼가 살던 시절〉과 〈‘어린왕자’의 붉은 장미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안개꽃밭〉, 그리고 〈N번째 해, N번째 가을〉이다. 앞의 두 작품은 고은별의 작품이고, 뒤의 한 작품은 총 5편의 작품을 응모한 이종화의 그 중 한 작품이다. 〈달에 토끼가 살던 시절〉은 패기와 활달한 상상력은 부족하지만 안정된 미적 구도 속에서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소품이지만 오랫동안 공들여 매만진 흔적이 보이며 우리의 녹슬었던 인간애를 일깨우는 힘이 있다. 〈‘어린왕자’의 붉은 장미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안개꽃밭〉은 참신한 구성을 기획한 점은 높이 살 만하나 시의 전개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작품은 또 하나의 장점을 갖고 있으니 그것은 세상의 이분법을 와해시키는 평등한 시선이다. 〈N번째 해, N번째 가을〉은 사유의 진지함과 깊이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다소 어수선하고 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된 자아를 지키고 가꾸려는 화자의 노력이 돋보이며 그의 다른 응모작에서도 드러나듯이 비교적 습작시간을 꽤 많이 가져본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신문방송사 시 부문 당선작은 〈달에 토끼가 살던 시절〉로 결정하기로 한다. 앞서 말했듯이 좀 더 진취적이고 활달한 상상력이 요구되나 그래도 이 작품이 가장 안정된 느낌과 신뢰감을 준다. 그리고 〈N번째 해, N번째 가을〉을 가작으로 선정한다. 하고자 하는 말이 좀 더 분명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할 필요가 있으나 시 속에 깃든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높이 평가한다. 두 사람 모두 정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와 시정신이 탁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청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글의 당선자명은 심사와 심사평 완료 후 본지 편집과정에서 추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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