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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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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슬
학생이 아닌 어머니로, “우리는 청소년 미혼모입니다”
제 862 호    발행일 : 2013.05.06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이 무서워요. 보통 임산부와 다른 점은 아이 아빠가 없다는 것뿐인데…”
   청주시 사직동에 사는 박 모(18) 씨는 미혼모다. 다른 임산부와 같이 배 아파 낳은 아기지만 어느 곳을 가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버스를 타도 그 시선은 여전하다. 박 씨는 “버스를 타려고 학생요금을 내면 아기가 있어 기사님이 성인요금을 내라고 해요. 버스를 타도 어려 보이는 외모에 아기를 안고 있어서 모든 시선이 저에게 쏠리는 기분이에요”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재 우리나라 미혼모의 67.8%는 10대 청소년이다. 하지만 성인 미혼모와 달리 청소년 미혼모들은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며 교육에서 방치되고 있다. 청소년 미혼모 10명 중 9명은 학업을 중단한 상태로, 학교와 사회에서는 외면받고 대안교육·맞춤식 교육 등 그들을 위한 사회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김 모(인천시 송현동·19) 학생은 “아기를 임신하고 친구들의 시선이 무서워 학교를 자퇴했다”며 “지금은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육아와 함께 공부하기 쉬워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통계청의 발표로는 2011년에 미혼모가 낳은 아이가 1만 명으로 2010년 9600명에 비해 400명가량 늘어 4.2%가 증가했다. 또한, 2001년에 5300명이었던 미혼모 출산은 2003년 6100명, 2005년 6500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미혼모 숫자에 따라 청소년 미혼모의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시설도 생겨나고 있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민들레 학교’는 청소년 미혼모, 이탈청소년 등 돌봄이 필요한 여학생들이 입소하는 학교다. 현재 민들레 학교는 11명의 학생이 재학 중으로, 학비는 무료이다. 또 정규수업과 함께 청소년 미혼모를 위해 리본공예·도자기공예·퀼트 등 재량수업을 통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들레 학교 이남숙 원장은 “청소년 미혼모는 비교적 성적 개념이 부족하다. 이런 점 때문에 임신 5개월이 지나도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부분 아이를 낳고,  본인들이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 입양을 보낸다. 특히 그들은 10달 동안 태동을 느낀 아기를 보냈을 때 심리적 충격이 크다. 이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청소년 미혼모들은 어떤 이유로 미혼모가 됐을까? 올해 19살인 권예은 씨는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의 엄마다. 32살의 남자를 만나 첫눈에 반해 관계를 맺었고 2주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후, 아이 아빠와 연락이 끊어졌다. 권 씨가 임신보다 더 황당한 것은 아이 아빠의 태도였다. “처음에는 책임을 진다고 했지만 며칠 뒤 태도가 돌변했다”며 “하룻밤의 일이었을 뿐 그 아기는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고 부정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아이 아빠의 배신에 의지할 곳이 없던 권 씨는 지인들에게 임신사실을 알렸지만, 모두 아기를 지우라는 말뿐이었다. 부모님마저 아기를 지우라는 말과 함께 권 씨를 집 밖으로 쫓아냈다. 하지만 권 씨에게 뱃속의 아기는 유일한 희망이자 삶의 원동력이었다.
   평소 ‘생명존중’의 신념을 지니고 있었던 권 씨는 “생명은 돈으로 생사를 결정할 수 없다. 내가 벌인 일이니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 아빠와 주변 사람들의 배신에 믿을 사람은 아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아기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출산 이후, 재학 중이었던 고등학교를 자퇴한 권 씨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바로 생활비 문제였다. 권 씨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양육수단 15만 원과 청소년 한 부모 지원금 15만 원뿐이었다. 아기를 키워야 하는 권 씨에게 지원금 30만 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한 달에 30만 원으로 아기와 함께 살아가기가 어렵다. 기저귀, 아기 간식, 아기 옷, 아기 장난감 등 아기 관련 용품값이 많이 들어간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또 다른 청소년 미혼모인 박 모(18) 씨는 “아기 예방접종비용이 많이 부담된다. 맞벌이 부부도 부담되는 예방접종비용인데 미혼모들은 부담이 2배로 크다”며 “예방접종뿐만 아니라 아이가 유치원에 가게 되면 부담이 더 커진다. 아기를 낳으라고 권장하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복지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우리나라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복지·혜택은 많이 열악한 실정이다.
   한편,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은 양육정책·교육정책·주거정책 등이 있다. 양육정책은 만 12세 이하 취업부모 자녀 등을 대상으로 돌보미가 아동의 집으로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 지원이 있다. 교육정책에는 아동교육비 지원 등이 있고, 주거정책에는 저소득 가구 전세자금 대출 지원, 복지시설 기능보강 사업 등이 있다. 또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면 학용품 비용을 연간 5만 원씩 지원받을 수 있고, 초·중·고등학교 입학 시에는 입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24살 이하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정책으로는 아동 양육비 지원, 검정고시 학습비용 지원, 자립 비원 촉진 수당이 있다. 아동 양육비의 지원 대상은 소득인정액 기준 최저생계비 150% 이하(2인 가구 기준 146만 1347원)며, 아동 1인당 월 15만 원이 지원된다. 검정고시 학습비용 지원은 학업단절 극복을 통해 취업제고 및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지원 대상은 최저생계비 150% 이하 가구다. 자립 비원 촉진 수당의 지원 대상은 기초수급권자 가구로서, 자녀가 생후 만 24개월까지 자립 활동을 하는 경우이며, 지원 사항은 가구당 월 10만 원이다. 아울러 미혼모의 나이가 24세 이하면 청소년 한 부모 지원 자립대상이 되며 매달 15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미혼모들이 지원받기는 어렵다.  홍보부족으로 인해 많은 청소년 미혼모들이 이러한 지원이 있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권 씨는 “사회 복지, 독거노인,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복지·혜택은 많지만 정작 저출산과  미혼모들을 위한 지원은 많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홍보돼 있지 않아 양육비 외에 지원 사항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와 같이 월 15만 원 남짓한 열악한 지원과 홍보 부족, 원치 않은 임신, 경제적 상황 등의 이유로 자식을 버리는 부모들이 최근 3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최근 마트 쓰레기통이나 변기에서 갓난아기가 숨진 상태로 발견되는 등 영아 유기 사건이 번번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청소년 부모이다. 더불어 부모에게 버려져 길바닥에서 숨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고 있는 ‘베이비 박스’에는 최근 3년간 약 180명, 한 달에 18명꼴의 아기가 들어온다. 그리고 이 아기들의 부모 중 70% 이상이 청소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임형호 사무관은 “아동 유기를 줄이기 위해 지원 정책 홍보와 청소년 한 부모 지원금을 늘릴 예정이다”며 “앞으로 생계 급여 기준을 낮춤과 동시에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미혼모를 위해 아이 돌봄 지원 강화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권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싱글맘이라고 소개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미혼모라고 하면 모두 알아듣는다. 당당한 엄마의 의미로 청소년 미혼모가 아닌 싱글맘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청소년 미혼모들은 사회적 인식에 갇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돼 청소년 미혼모들이 당당한 싱글맘이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박소슬 기자
danzi2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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