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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송희
16년간 논쟁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될까?
제 923 호    발행일 : 2017.10.16 

매년 600여 명의 청년들이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는다. 이들이 개인적인 신념과 종교적인 이유로 군대를 가는 대신 감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교적인 이유나 개인적인 신념을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하는 것을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부른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지난 2001년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보도를 통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등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16년이 지난 지금도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매년 600명, 현재까지 2만 명 처벌

  병무청이 병역법상 ‘병역기피자의 인적사항 등 공개’ 조항을 근거로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종교나 개인적인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지는 인원은 매년 500~600여 명에 이르며, 현재까지 이로 인해 처벌받은 사람은 약 2만 명이다. 이들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병역면제사유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일제강점기에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양심에 따라 군 복무나 집총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로, 1939년 6월 조선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 38명이 체포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병역거부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지만, 집총을 거부한 안식교(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신자들을 남.북 군대 모두가 비무장 후방부대에 배치해 일종의 대체복무를 시킨 사례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실질적 처벌이 시작된 것은 군부독재가 한창이던 1970년대부터다. 당시 5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고문과 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탄압은 극심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은 1973년 ‘병역법 위반 등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입영률 100% 달성을 목표로 병역거부자 강제입영 조치는 물론, 형 만기출소 병역거부자의 재징집까지 시행했다. 그 결과 1950년부터 1972년까지 636건이었던 병역거부자 형사처벌 수는 1973년부터 1993년 사이 4,071건으로 크게 늘었다.

병역법에 근거한 처벌, 46.1%만이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해야

  우리나라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20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해놓음으로써 ‘양심의 자유’를 ‘종교의 자유’와 독립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이 아닌 상대적 기본권으로 해석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상의 권리로 보지 않고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서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2012년 관련된 판례에 따르면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이와 같은 법리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달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하급심 무죄판결은 총 52건으로 이중 35건은 올해에 난 판결이다. 병역거부자를 형사 처벌하지 말고 대체복무제 등을 도입하라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권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아직까지 없다.
  한편, 국내 여론은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만 15세 이상 국민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46.1%만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5년 10.2%, 2011년 33.3%가 긍정적으로 답한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결과이지만, 여전히 인정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과반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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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로 ‘인권후진국’ 오명

  UN인권이사회 산하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기반으로 개인이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권리가 나온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국의 헌법은 제6조 제1항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두진 변호사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한국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군 복무나 수감 이외의 대안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며 “유럽인권재판소 판결 등 국제적 법리해석은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는 쪽으로 명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급기야 2014년 한국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자의적 구금’이라는 해석까지 내렸다. 자의적 구금이란 국가기관이 불공정하고 예측 가능성 없이 자의적으로 개인을 체포하거나 억류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적으로는 북한 등 이른바 ‘인권후진국’의 인권상황을 지적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결정문에서 “살상무기의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어 자유권규약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된다”며 “한국 정부는 향후 자유권규약 위반을 회피할 의무가 있으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장하는 법률 제정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평화주의.반군사주의자 네트워크인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우리나라는 현재 유엔인권위원회 상임이사국을 맡고 있다. 상임이사국의 역할은 다른 유엔 회원국이 인권 침해를 하지 않고 인권을 지키도록 감시하고 보호하는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와 같이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브라질 ▲대만 등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으로 인정해, 총을 들지 않고도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1949년에 제정된 헌법 제4조 3항에서 ‘누구든지 양심에 반하여 집총.병역을 강제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안보환경을 가진 대만은 한때 병역거부자에 대해 13년 형을 내릴 정도로 가혹했지만, 2000년 여야 모두의 찬성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다. 최근까지 영토를 놓고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충돌이 있었던 아르메니아도 2013년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감옥에 갇혀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석방했다.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남북이 분단돼 있는 현 상황에서 안보의 부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입법과 사법계 모두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엠네스티 한국본부 박승호 간사는 “대만 또한 중국과의 긴장 관계에 놓여 있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이 이뤄졌다. 또한 다른 나라의 대체복무제 도입 시기를 보면 전쟁 중인 1.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도입한 나라도 많다. 한국만 안보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없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나라에서 이 때문에 안보 공백이 발생했다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이 병역기피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전 군사고등법원장 출신 법무법인 율촌의 김흥석 변호사는 지난 9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체복무제 입법 자체는 찬성한다. 종교적 신념 외에 다른 문제가 없는 청년들에게 무조건 투옥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입법안으로는 부족하다. 군 고위직으로 있을 때 ‘군대에 안 가거나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체복무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군대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입대를 피하기 위한 각종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다. 필요한 것은 군복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인정, 예우와 보상이다. 대체복무의 강도는 아무리 높여도 현역에 비해 한계가 있다. 군복무자에게는 과거와 같은 가산점제는 아니더라도 고교 졸업 후 군복무시 대학 특례 입학이나 학자금 대출 우대 금리 적용 등 다양한 보상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체복무자 선정 기준과 절차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후보 시절 “양심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 중 최상위의 가치를 가지는 기본권”이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는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김명수 전 춘천지방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오랫동안 끌어온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자유 때문에 전과자가 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자유로 위장해 국민의 신성한 의미를 기피하려는 일도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이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가 참여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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