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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하연
격변하는 교육계 고교학점제
제 927 호    발행일 : 2018.03.05 

문재인 정부의 대선 교육공약들이 하나씩 이행되고 있다. 그 중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입시관계자의 관심이 뜨겁다.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수많은 기대효과와 함께 부정적인 면도 떠오르고 있다. 고등학교 내신평가와 대학입시에 영향을 주는 고교학점제, 과연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고등학교 교육 개혁의 첫 발을 내딛은 고교학점제에 대해 취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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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란?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경쟁 중심의 ‘줄 세우기 식’ 교육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입시 경쟁으로 과도한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며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다. 고교학점제는 학기별, 학년별로 일괄적으로 짜여진 시간표에 의해서 수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강과목을 선택해 정해진 학점을 취득하게 되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진로에 따라 수강과목을 결정하고, 학생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한 학기 수업이 개설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1차와 2차로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해 시범운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2022년부터는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체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학교가 정해놓은 과목만 배우는 획일적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본인의 소질과 역량에 따라 수업을 신청하게 함으로써 수업참여도를 높이고, 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우리 학교 국어교육과 김승환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습시간에도 불구하고 창의성과 비판능력이 없는 학생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며 “고교학점제 시행은 현재 지적되고 있는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들을 선도적으로 바꿔 교육 현장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시행에 앞서 우려되는 문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6월 전국 초·중·고 교원 2,0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은 47.4%, 긍정적인 응답 42.6%, 기타 10%로 조사됐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이유는 ▲대입에 유리한 교과목 위주로 쏠릴 우려가 있어서(43.2%) ▲다양한 수업을 위한 교과목 및 교사, 학교시설 등 부족(34.8%)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학교 간 격차 발생 심화(13.6%) 순으로 나타났다.
  먼저 교사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대입에 유리한 교과목 위주로 수강신청이 쏠리는 현상은 지금도 교육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학생의 진로와 특기 적성 교육을 위해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청주의 흥덕고는 자율적인 온라인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와 관련해 흥덕고의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수업은 조기에 수강인원이 초과돼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겨났고, 인기 있는 수업은 대부분이 성적과 입시에 유리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충청북도 교육청 관계자는 “고교학점제의 전면시행은 2022년부터 이기 때문에 아직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얘기하기는 이르다”며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목표인 선택과목확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선택과목확대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해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 및 학습내용의 수준과 범위 조정을 내용으로 한다.
  교과목을 가르칠 담당 교사 충원과 부족한 학교시설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소수의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목이라도 개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과목 수요가 항상 일정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교사를 충원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교사 채용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베리타스알파>와의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현실적으로 계약직 교사를 대거 늘릴 수밖에 없다”며 “과거처럼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 기존 정책을 대폭 변경할 경우 계약직 교사의 대규모 해고 사태를 맞을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교학점제는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어촌과 도시의 교육 격차를 더욱 키울 가능성도 있다. 주위에 인접한 학교가 많은 도시의 학교들은 서로 연계해 교사와 교육시설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학교 수가 적은 농어촌의 경우에는 이마저도 어려워 교육의 질적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다음달부터 서울.인천.대구.충남.전남.경남교육청을 연계한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교사 또는 수강 학생 부족으로 개설되지 못한 교과목을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인근 학교들끼리 교사와 시설을 교류해 공동수업을 개설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충청북도 교육청 관계자는 공동수업의 현실성에 대해 “현재 여러 과목은 아니더라도 일부 과목을 공동수업으로 4년째 운영하고 있다”며 “공동수업과 같은 시스템을 확대하면 고교학점제 시행에 있어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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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에 따른 대학입시의 변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대학입시정책(이하 대입정책)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이 수강할 수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내신등급을 정하는데 있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교사와 시설을 교류하는 공동수업이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한 학생의 성적을 내신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도 마찬가지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과목의 자율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지금의 수능시험 방식으로는 학생을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발표했지만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내용들은 내신의 절대평가 도입과 수능의 서술형 전환 정도이다.
  현재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핀란드, 영국, 캐나다 등은 내신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내신 절대평가 도입에 대해 고려중이다. 교육부는 “내신 절대평가 적용은 연구·검토를 거쳐 시기·방안을 결정하고, 미이수·재이수제 등은 제도 안착 후 적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절대평가제의 대입 반영은 대입 제도개선, 고등학교 체제 개편 등과 연계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므로, 연구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적용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남은 기간 수능 서술형전환 실현 가능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학교교육 정상화와 미래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개편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교육회의 첫 간담회에서 “교육개혁의 성공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책의 내용에 대한 공감과 정책의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교육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번 바꾸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교육정책이다. 사전에 충분히 연구해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보완된 구체적인 계획 제시와 아울러 국민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무리하게 이행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을 다각적으로 충분히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대도 크지만 걱정도 큰 고교학점제, 무리한 시행이라는 비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오래된 교육문제들을 극복하는 결정적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우하연 기자
hy2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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