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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닥친 지방소멸 위기
제 966 호    발행일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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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전국 226개 시.군.구의 40%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직접 지방소멸 위기 지역을 인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만큼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노동자나 대학생 전입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입금 지급 같은 정책으론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데드크로스 속 지방인구 줄고, 수도권은 포화

  우리나라 인구를 ‘수도권에 사는 사람과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의 50.4%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이 우리나라 총면적의 11.8%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 인구는 현재 매우 과포화 상태다.
  작년 10월, 행안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은 총 89곳이다. 서울·수도권·혁신도시 등을 제외한 전국의 40% 시·군·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셈이다. 정부는 지방의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같은 자연적 감소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보다 4.3%의 출생아 수가 감소했으며, 시·군·구 전체 66%의 지역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시작됐다.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준인 2.06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 이후 깨진 지 오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OECD 국가 평균인 1.61명의 절반 수준으로 0.84명이다. 이는 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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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방인구감소는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같은 사회적 감소가 더 큰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인구감소지역인 전남 영광은 2.54명의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보였지만,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부산 중구와 서울 관악구는 각각 0.5명과 0.54명의 낮은 합계출산율을 보였다. 이는 비수도권의 출산율이 수도권과 대도시보다 높지만, 청년들이 교육, 문화, 일자리 등의 이유로 수도권과 대도시로 떠나고, 생존과 경쟁의 각축장이 돼 버린 대도시에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드크로스 현상과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의 심각성이 현실화하면서 우리나라 행안부는 ‘지방소멸’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방소멸’이란 용어는 2007~2008년 일본의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 대도시 인구집중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 위해 발표한 ‘마스다 보고서’에서 자극적 표현을 통해 위기감을 고취할 수 있도록 처음 사용했으며, ‘마스다 보고서’는 같은 해 책으로 출간됐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차미숙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자극적이지만,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전까지는 ‘인구 감소 시대’라고 명명하며 보통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쓰듯이 미지근하게 우리한테 인식됐던 경향이 있다.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여유로운 삶을 위해서도 수도권 집중 문제나 지방소멸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이슈다”라고 말했다.

지방소멸, 기업 유치가 해법?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인구가 유입되고, 여러 인프라도 확충된다는 것이 대다수 정치인이 내놓는 해법이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 한명숙(충북 옥천·60)
  옥천 지역도 인구가 점점 줄어든다. 청년들이 와줘야 지역이 활성화되지만, 귀농하는 사람은 대부분 노년층이다. 청년들이 와봤자 노인을 상대하는 일밖에 할 것이 없으니 더욱더 지방을 꺼리는 게 아닌가 싶다.
# 천정희(충북 옥천·63)
  이제는 평균수명이 길어져 노령화 사회가 실감 난다. 옛날엔 환갑만 지나면 노인으로 봤지만, 요즘은 노인으로 보는 기준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지방을 살리려면 60대 이상의 일자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그리고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역이 없어야 한다. 옥천은 대전과 인접해 의료시설이 크게 열악하지 않지만, 충북 북부인 충주, 제천, 단양은 큰 병이 생기면 원주나 청주까지 가야 한다.
# 이승연(강원 삼척·23)
  한때 설빙이라는 빙수 브랜드가 유명해서 엄청 먹고 싶었다. 하지만, 삼척에는 설빙이 없어 서울까지 친구들이랑 가서 먹었다. 그리고 영화관도 최근에 생겼다. 지방은 학생들이 즐길 문화시설과 인프라가 매우 적다. 지방 학생도 수도권과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
# 정현진(경북 영주·29)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버스를 이용할 때 너무 힘이 든다. 버스 시간을 알아봐야 하고, 막차도 일찍 끊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집에 일찍 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서울은 새벽 1시까지 지하철이 운행되지만, 지방은 서울처럼 교통수단이 활성화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 이금남(전남 나주·75)
한국전력공사가 나주에 온 뒤부터 확실히 나주에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손주들은 문화와 교육 수준 때문에 서울로 상경하는 것 같다. 자녀 교육 환경은 지방이 서울보다 확실히 열악하다.

  이처럼 기자가 만난 지역 주민들은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지방에 부족한 교통, 의료, 교육, 문화시설 등 인프라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 경기대 도시.교통공학부 김진유 교수는 “지방인구 소멸 대응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방에 교통시설과 산업단지만 만들면, ‘빨대 효과’만 생겨 지방의 인구 감소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KTX나 공항이 생겨 교통이 편리해지면 수도권 거주자의 출퇴근만 편해져 인구 유입도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일자리와 더불어 문화나 교육, 치료받을 수 있는 질적인 의료기관 양성 등의 수준이 수도권과 비슷하게 올라가야 인구 이동이 줄어들 수 있다”라고 말다.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

  정부는 2005년부터 저출산과 고령화를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삼아 그동안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쳤지만, 외려 출산율은 점점 감소했다. 출산율 증대 위주의 기존 인구사회 정책만으로는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활력 있고 주민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발전전략이 강구됐고, 인구감소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들이 교육·체험·창업·거주 공간을 꾸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행안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청년마을 1호로 선정된 목포 ‘괜찮아마을’은 청년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고향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도심에 조성한 마을이다. 목포는 과거 화려한 도시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인구가 줄고 빈집들이 늘어나는 낡은 옛 도시가 됐다. 심지어 괜찮아마을이 생기기 전 목포 무안동은 빈집이 70%에 달할 정도로 도시의 기능을 잃어가던 곳이다. 그런 이곳에 20~30대 청년 주민이 늘어나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괜찮아마을은 코스 일정과 방문 목적에 따라 입주 기간이 다르지만, 2020년까지 총 100명이 참여했으며, 프로그램 종료 뒤에도 35명이 지역에 남아 창업 및 지역 취업 등을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밖에도 충남 서천 ‘삶기술학교’, 경북 문경 ‘달빛탐사대’ 등이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행안부는 청년의 시각으로 지역을 재발견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청년마을이 지역을 살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신설되는 청년마을에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각 지자체는 창의성을 발휘해 매력적인 지역 개성을 살리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보다는 한시적 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 내놓기에 급급하다. 특히 청년 전입자에게 전입금을 지급하는 현금성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많다.
  이에 대해 김진유 교수는 “지방의 청년들은 만날 또래가 별로 없다. 연애와 결혼도 하려면 대도시로 가야 해서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다. 현금 지원으로는 청년들을 붙잡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산부인과 하나 없는 곳에 현금 지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문화생활 공간이 없는 곳이 태반이다. 결국 청년들이 활발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미숙 선임연구위원도 “지역의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단풍하면 정읍과 같은 지역별 특색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사라졌다. 지역만의 개성은 그 지역의 자연경관과 특성에 맞게 발전해야 하는데 수도권의 유원지(놀이동산)만 베끼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지자체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흔히들 지방의 생활 인프라나 서비스 부분에 있어서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 수준의 뜻인 내셔널 미니멈을 많이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미니멈이라고 한계를 짓는 순간, 지역 주민에게는 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정책의 기준을 ‘내셔널 스탠다드’라는 표현으로 잡아야 한다”라는 조언을 보탰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뿐만 아니라 인프라 설치 및 지원과 관련된 법규 개정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도서(島嶼) 지역의 경로당 지원 기준은 10명 이상인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로당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보건진료소는 지역 인구가 500명이 넘겨야 설치할 수 있다. 물론 의료취약지역 중 보건진료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은 예외를 인정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해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 2월,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방소멸 대응기금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지방 간 협약을 거쳐 향후 10년간 지방에 매년 1조씩 지원할 예정이다. 매년 1조씩 10년간 10조 원의 세금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쓰이지만, 지자체가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만 답습한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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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소멸 위기는 상당히 복합적인 원인을 가진 사회적 문제다. 절대 한가지 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유권자와 선거구가 넘치는 수도권과 대도시에만 집중한다. 이들은 수도권에 거주하며 지방의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고, 당장 심각하다고 언급되는 0.84명의 합계출산율도 미어터지는 길거리를 보면서 체감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역 주민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방으로 오는 전입자를 배타적으로 대하지 말고 정착을 도와야 한다. 그리고 지방소멸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대도시의 삶도 파괴한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인식해야만 지방소멸 위기는 해결될 수 있다.


이성현 기자 jcn03226@chungbuk.ac.kr
김동건 기자 dongard@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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