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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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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원
심해지는 학교폭력, 그 대책은?
제 972 호    발행일 : 2023.04.03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OTT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예계와 스포츠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과거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임을 밝히며 묵혀뒀던 아픔을 털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밝혀지며 대중으로부터 큰 질타를 받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회에 만연한 학교폭력, 우리나라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과 피해 학생의 보호 및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피해자 만족 없는 문제 해결

  <아시아경제>에서 공개한 교육부의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학교폭력 가해자는 무려 14만 명, 피해자는 12만 명이다. 더불어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 3명 중 1명은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9년 2학기부터 ‘학교장자체해결제’가 도입되면서 전체 학교폭력의 62.6%가 학교장에 의해 마무리됐다. ‘학교장자체해결제’란 학교폭력 피해 학생 혹은 피해 학생의 보호자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개최를 원하지 않는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을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한 제도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게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학교장 자체 해결로 사건이 끝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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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사과받지 못해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학폭위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학교장자체해결제는 경미한 사안일 경우 가해 학생을 과도하게 낙인찍지 않는 점, 가해 학생 측에서 조기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이다. 하지만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 시, 피해 학생이 보호조치를 받지 못해 학폭위로 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돼도 피해 학생이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완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법승’의 한다은 변호사는 “한 번 학교장 자체 해결로 결정하면 새로운 학교폭력 사안이 발견되지 않는 한 다시 학폭위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가해 학생에게 그냥 넘어간다는 생각만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피해 학생 측에게는 이러한 절차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설명.공개돼야 하고, 학교장자체해결제와 함께 수반되는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학생들의 근본적인 갈등을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라며 학교장자체해결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학폭위로 가도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전국 단위의 심리.예술 치유기관인 ‘해맑음센터’의 상담지원팀 황아름 선생님은 “해맑음센터에 위탁된 피해 학생과 학부모 가운데 가해 학생의 처벌이 적당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대부분은 학폭위가 열리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힌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라며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답답한 현실을 전했다.

여전히 허점 많은 학교폭력 조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에 의하면 가해 학생은 ①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②피해 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③학교에서의 봉사 ④사회봉사 ⑤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⑥출석정지 ⑦학급교체 ⑧전학 ⑨퇴학처분 중 하나 혹은 수 개의 조치를 받게 된다. 이중 퇴학처분 조치는 의무교육 과정에 있는 가해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노윤호 변호사는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의 조치는 일시적 징계에 불과하고 피해 학생과 분리가 되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대부분은 소년재판으로 진행되고 보호처분이 내려지는데 보호처분은 전과가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과 대중은 가해 학생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라며 “9호 퇴학 처분을 받으면 생활기록부가 사라져 학교폭력이 기재되지 않는다. 또한, 1~3호는 비교적 경미한 처분이므로 기재가 유보된다. 징계를 이행하지 않거나 추가로 학교폭력을 행사해 징계받는다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만, 졸업과 동시에 학교폭력 기록이 사라진다. 4~8호의 경우 처분이 내려짐과 동시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며 졸업 후 2년까지 기록을 지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바르게 생활하고 추후에 학교폭력을 다시 저지르지 않았을 경우 졸업 직전 학교폭력 전담 기구에서 회의를 통해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상급반 혹은 상급학교 진학 시 선생님이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음을 알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상급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주기 위함이지만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이 피해 학생의 회복이나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황아름 선생님은 “가해 학생에 대해 처벌이 아닌 교육적 선도가 목적이라는 이유로 가해 학생 입장을 반영한 조치 결과를 많이 접하는데, 무관용이나 엄벌주의가 답은 아니라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처벌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해 학생뿐만 아니라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 학생의 처벌 정도가 아닌 피해 학생의 보호와 회복에 관해 학교와 사회가 취하는 조치와 관심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까?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다. 2016년 위스콘신주에서는 집단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은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자녀 교육에 관해 경고한 후 90일 이내에 가해 학생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366달러(약 48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후에도 학교폭력이 계속되면 다시 681달러(약 89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13세 이상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형법 규정이 있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독일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및 정책이 있는데, 그중 ‘분쟁조정자 프로그램’은 갈등 당사자의 동의하에 제3자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대 스트레스 팀(Anti-Stress-Team)’은 갈등 당사자가 분쟁조정자로서 갈등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피해자 중심의 조치 필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하는 ‘즉시분리제도’가 있다. 하지만 이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전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조치로 신고당한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3일까지만 가능하다. 노윤호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즉시분리제도 외에 ‘출석정지’, ‘긴급선도’ 조치가 있다. 출석정지는 학폭위 개최 전에 가해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조치다. 그러나 학습권 침해와 학폭위가 열리기 전인데 가해자 취급하지 말라는 가해 학생 측의 반발이 심해 과감하게 출석정지를 내리지 못한다. 긴급선도는 피해 학생에 대한 보복, 협박, 접근 금지 조치로 공간 분리는 아니지만 의도적인 접촉 등을 금지한다. 우리나라에선 이 긴급선도 조치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한다은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피해 학생의 피해복구, 피해 학생에 대한 조치, 학교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학교와 사회의 후속 대처이다”라며 피해 학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아름 선생님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경우 우울.불안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섭식 문제가 동반돼 체중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가 하면 ▲불면 ▲과다수면 ▲피로감 ▲무가치감 ▲집중력 감소 ▲자살사고 및 행동 ▲자해 행동 등을 보인다. 더불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학생도 있다.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기억에 악몽을 꾸고, 뚜렷한 진단이 없지만 아픔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피해 학생의 고통을 전했다.
  심리상담센터 ‘내맘애봄’ 최미영 부원장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심리적으로 치유 받지 못하면 평생의 삶이 망가진다. 학교폭력의 상처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학교폭력 트라우마는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 학생에게 전문가와의 상담을 비롯한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마저 매우 적어 피해 학생은 고사하고, 일반 상담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지원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11,794개 초.중.고등학교 중 정규직 전문상담교사가 있는 학교는 35.5%(4,193개교)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전문상담교사 한 명이 전교생 800명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어 학교 내에 전문상담교사를 증원이 시급하다.
  정규교육체계 안에서 전문상담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학교 밖 전문상담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자가 취재한 심리상담센터 ‘내맘애봄’의 경우 심리상담전문가와의 초기면담을 통해 피해 학생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핵심 원인을 파악한 뒤 드라마 치료기법이나 음악치료 등을 통해 트라우마 개선 치료를 한다. 또 ‘해맑음센터’에서는 2주 과정의 단기형 프로그램과 학기 단위의 장기형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특히 장기형 프로그램에서는 예술치료, 체험활동, 심리검사와 더불어 기초교과목, 전문교육 등을 제공하며 피해 학생의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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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은 한 사람의 꿈과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고통과 더불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지금도 피해 학생은 고통받고 가해 학생은 멀쩡하게 살아간다. 더 이상 고통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루빨리 피해 학생을 위한, 피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지원 기자
j1won@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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