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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네 시간을 좀 빌려줘, ‘상견니’
제 974 호    발행일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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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나에게 인생 드라마를 묻는다면 나는 단번에 <상견니>를 꼽는다. <상견니>는 대만 드라마로 제목인 ‘想見你’는 중국어로 ‘보고 싶어’라는 의미이다. 현지 기준으로는 13부작이지만 국내에서는 21부작으로 방영한다.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로, 복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주인공이 카세트 플레이어로 오백(Wu Bai)의 <Last Dance>를 듣고 1998년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이때, 주인공인 황위쉬안(黃雨萱)과 왕취안성(王詮勝)은 각각 1998년의 천윈루(陳韻如)와 리쯔웨이(李子維)가 되어 살아간다. 보통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대부분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거나 타인과 몸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상견니>는 황위쉬안이 1998년의 천윈루의 삶을 살아가면 천윈루는 자신으로 살아가는 황위쉬안의 모습을 가상의 공간에서 모두 지켜본가는 것이 다른 시간 여행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다.
  내가 처음 <상견니>를 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학교에서 처음 중국어를 배우며 흥미를 느꼈던 나는 교과서로만 접하는 것 그 이상을 탐구하고 싶었고, 그래서 중국과 대만 드라마를 열심히 찾아봤다. 그렇게 <상견니>를 접하게 됐는데, 처음 <상견니>를 봤을 때는 초반 회차가 너무 지루하게 느껴져서 인기가 많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탓에 ‘그냥 중국어 공부하는 셈 치고 끝까지 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회차를 넘겼다.
  그런데 회차가 지나면 지날수록 탄탄한 스토리가 쌓였고, 무엇보다도 드라마의 뛰어난 영상미가 눈을 사로잡아서 도중에 하차할 수 없게 만들었다. 거기다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OST 한 곡 한 곡이 모두 적재적소에 쓰여서 마치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거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때의 나는 흔히 말하는 ‘상친놈’이었기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 OST의 가사를 해석하고, 자기 전에는 전날 보던 회차를 이어서 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상견니>를 본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OST를 들을 때마다 노래가 흘러나오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곤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지금까지 <상견니>를 다섯 번 이상 봤지만, 여러 번 봐도 같은 장면에 대한 감상만 늘어나는 여느 작품들과 달리 <상견니>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첫째로, 너무나도 많은 설정이 얽혀 있어 한 번만 보고 전부를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처음 볼 때는 아리송했던 장면이 두 번째 볼 때는 명확하게 이해되고, 두 번째 볼 때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던 부분이 세 번째 보는 순간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여러 설정이 존재하는 만큼 무심코 지나쳤던 대사가 다시 보면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열쇠이자 복선일 때가 종종 있어서 작은 소품, 대사 한 마디까지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더군다나 가가연(柯佳嬿)이 황위쉬안과 천윈루 역을 맡고, 허광한(許光漢)이 왕취안성과 리쯔웨이 역을 맡아 1인 2역을 하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파악하는 게 어렵기도 하다.
  보통의 드라마는 별생각 없이 단순히 즐기면서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상견니>는 끊임없이 이해하고 생각해야 하는 드라마이다. 그래서인지 보면 볼수록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것이 다른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견니>만이 가지고 있는 호소력이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봐도 볼 때마다 새로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상견니의 장르는 상견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굳이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견니>는 장르를 딱 하나로 특정할 수 없다. 큰 틀은 판타지이지만 처음 보면 사랑 이야기인 듯 하고 보면 볼수록 스릴러 같기도 하다. 한 편의 드라마로 여러 장르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내가 계속해서 <상견니>를 보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이다.
  자극적이기만 한 콘텐츠들 속에서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혹은 여운이 깊게 남는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상견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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