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과 김범수 교수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연료, 플라스틱 및 화학제품들은 대부분 석유를 원료로 제조되고 있다. 만일 석유가 모두 고갈되어 없어진다면 위의 제품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인류는 다시 원시시대로 되돌아갈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야가 산업 바이오기술이다. 산업 바이오 기술은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인류 생활에 꼭 필요한 연료, 플라스틱, 화학제품들을 제조하기 위한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사용하고 있는 산업 바이오기술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는 주로 ‘Industrial Biotechnology(산업 바이오기술)’라고 말하고, 유럽에서는 ‘White Biotechnology(화이트 바이오기술)’라고 부르기를 선호한다. 2003년에 유럽바이오산업연합(EuropaBio)이 내린 정의를 보면 ‘White Biotechnology is the application of nature’s toolset to industrial production‘이라고 되어 있다. 즉, 현재 우리가 효소와 생명체를 다루는 기술을 응용하여 산업적인 규모로 화학 및 생물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산업 바이오기술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전통적인 화학기술과 공정에 의해 가동되고 있는 산업에 효소와 생물기술을 적용하여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이며, 경제적이고 안전한 산업 생산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산업 바이오기술이 담당할 첨단 미래기술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바이오기술 발전 단계를 제1의 혁명은 의약혁명 ‘Red Biotechnology’, 제2의 혁명은 농업혁명 ‘Green Biotechnology’, 제3의 혁명은 산업혁명 ‘White Biotechnology’라고 분류하여 21세기를 이끌어가는 바이오기술을 산업 바이오기술로 예측하고 있다<그림 1>.
 

<그림1>White Bio 분야의 성장 예측(출처 : EuropaBio)
 
산업자원 통합기술로드맵의 기술체계도 분류에서는 바이오기술을 의약 바이오, 산업 바이오, 그린 바이오, 융합 바이오의 네 분야로 분류하고 있으며, 산업 바이오기술은 다시 석유대체 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 환경친화형 바이오플라스틱 개발기술, 기능성 바이오제품기술, 생물공정 및 청정시스템기술, 생물환경기술 등으로 분류한다. 화학공학과 연구실에서는 식품공학과 연구실과 공동으로 산업체와 긴밀한 협조 하에 산업바이오 기술의 핵심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발효공정 분야의 대학원생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실의 주요 연구 분야는 다양한 미생물의 고농도 배양을 통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PHA(polyhydroxyalkanoates), 연료용 에탄올, 기능성 지방산, 효소, 재조합단백질 등의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생물공정 연구이며, 특히 유가식 배양과 기질공급 최적제어를 통한 고농도배양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합성 플라스틱은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바꾸어 놓았지만 두 가지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않으므로 사용 후 폐기 시 많은 환경문제를 초래한다. 둘째, 합성 플라스틱은 한정된 자원인 석유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지며, 이러한 석유기반 플라스틱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킨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연계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및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플라스틱이 등장하게 되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의 물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생분해성 기능을 도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가격 또한 현 제품보다 많이 비싸서는 안되는 제약이 있다. 대표적인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에는 미생물로부터 생산되는 PHA (polyhydroxyalkanoates)와 미생물이 생산한 젖산을 화학적으로 중합한 PLA (polylactic acid)가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수년간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산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으며, 생물학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 두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많은 미생물들의 체내에 축적되는 에너지 저장물질인 PHA를 생물학적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콩기름 등 식물성 오일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의 화학적 합성을 연구하고 있다. PHA는 보통 탄소원이 풍부하고 질소, 인 등 다른 영양소가 제한된 환경에서 건조 기준으로 세포 내에 80∼90%까지 축적된다<그림 2>.
 

<그림2>Ralstonia eutropha의 균체 내 PHA 축적 사진
 
PHA는 1980년대에 영국의 ICI사에서 상업화를 시도한 적이 있으며, 현재에도 미국의 Metabolix(메타볼릭스)사를 비롯한 몇몇 기업에서 상용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기존의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비분해성 플라스틱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은 편이다. PHA의 생산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는 균주개발, 발효 및 분리공정의 개선, 값싼 기질의 이용 등이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주로 미생물 발효공정의 생산성 향상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발효기 내의 포도당 농도를 질량분석기 및 온라인 포도당 분석기를 이용하여 최적제어하면서 포도당 기질을 공급한 Ralstonia eutropha의 유가식 배양을 통하여 약 160 g/L의 균체 및 120 g/L의 PHA를 생산하였으며, 이는 PHA 생산성 면에서 문헌에 보고된 값 중 최고치에 해당한다.
PHA는 또한 생체적합성 물질이므로 의약용 소재로도 활용가능 하다. PHA 중 P(3HB/4HB) 공중합체는 4HB의 함량에 따라 딱딱한 결정성 플라스틱에서 탄성이 큰 고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성을 나타내며, 다른 PHA에 비해 생체 내 가수분해 속도도 크고 4HB 함량에 따라 조절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P(3HB/4HB)는 의약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한 예로 양 모델에서 심장 판막의 조직공학에 성공적으로 적용된 바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포도당, 과당, 콩기름 등을 기질로 이용하여 효율적인 P(3HB/4HB) 생산 공정을 연구하였고,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혈관 협착 방지를 위한 국소 약물 요법에 적용하였다. Paclitaxel(파클리탁셀) 약물을 함유한 P(3HB/4HB) 필름은 풍선 손상을 가한 쥐 경동맥의 신생내막 증식을 억제하였다. P(3HB/4HB)는 혈관 협착 방지를 위한 약물 전달 고분자로 유용할 것으로 사료된다. 고분자 필름은 혈관 외벽에 장착이 용이한 경우 사용될 수 있으며, 약물 방출 스텐트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저가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PHA의 효율적 생산공정 개발과 더불어 식물성 오일 유래 생분해성 가교 네트웍 수지의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재생 가능한 천연자원인 식물성 오일은 값싸고 풍부하며 대량생산 가능한 대표적인 천연자원으로 미국의 경우 매년 많은 양의 콩기름이 생산되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소비되지 않고 남아 이를 어떻게 유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지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생분해성 가교제 및 첨가제의 탐색, 합성을 통하여 이들을 확보하고 이들과 콩기름, 피마자 오일 등 식물성 오일과의 중합을 통하여 다양한 물성의 경제적인 생분해성 가교 네트웍 수지의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과 더불어 산업바이오 제품의 또 다른 주요 제품인 바이오연료(바이오에탄올)의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반응기 내부에서 세포분리가 가능한 막 여과기 모듈을 설계하고 이를 발효기 내에 장착하여 효모에 의한 포도당으로부터 에탄올 생산에 적용시켰다. 본 시스템은 세라믹 또는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의 막을 사용하여 증기멸균이 가능하고, 고형물을 포함한 산업기질에도 적용가능하며, 반응기 내의 균일성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어 현재 많이 사용되는 외부 세포재순환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한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반응기 조업 결과 효모 균체를 157 g/L의 고농도까지 증가시킬 수 있었으며, 10일 이상의 장기간 발효기 조업도 가능하였다. 본 시스템은 회분식 배양 시스템보다 에탄올 생산성을 5∼10배 증가시킬 수 있으며, 에탄올 생산 이외에도 다양한 균체의 고농도 배양 및 젖산, 만니톨 등 세포외 산물의 효율적 생산에 적용가능하다. 세라믹 필터 모듈이 발효기 내에 장착된 모습 및 유산균 배양 후의 사진은 <그림 3>에 제시되어 있다.
 

<그림3>세라믹 필터 모듈이 발효기 내에 정착된 모습 및 유산균 배양 후의 사진
 
이밖에도 식물추출물을 환원제로 이용한 생물학적(환경친화적) 금, 은, 백금, 합금 등 금속 나노입자 합성 및 모양제어, ‘플라스틱 항체’라 불리는 분자각인 고분자 합성 및 바이오센서 활용 등 다양한 생물소재 생산 및 응용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