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은 법학전문대학원/법학과 교수
 
I. 서론
기술의 복잡화·첨단화 그리고 산학연대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공동연구개발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그 결과 공동연구의 성과인 발명에 대해 특허권을 공동으로 보유하는 경우 또한 많아지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공동으로 보유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과 비교하여 특수성을 지닌다. 물건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해당 물건을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은 동일한 물건을 사용할 수 없지만 기술의 경우에는 타인의 이용여부에 관계없이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특허권은 누가 공동보유자가 되는지에 따라 공유지분이 갖는 가치나 기타 시장에서 나타나는 경쟁력 형성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공유특허권의 권리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공유특허권을 원활하게 이용하는 데에 있어 유의할 점에 대해 살펴본다.
 
II. 공유특허권의 권리관계
1. 공동출원
 공동으로 발명을 한 경우에는 공유자 전원이 함께 특허출원을 해야 한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공유관계는 하나의 기업, 연구소 내지는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기업, 기업과 학교, 기업·연구소 및 학교 등 다양한 조합에 의해 생길 수 있다. 공유자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신뢰관계인 경우도 있지만 이익이 상반되는 경우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처음 예정되었던 이해관계와는 상반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재산법적 관점에서는 공유자간의 관계를 너무 엄격히 구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2. 권리의 이전 및 실시권의 허락
 각 공유자는 계약으로 특별히 약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그 특허발명을 자신이 실시할 수 있는 반면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거나 제3자에게 발명을 실시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에는 지분에 따라 해당 물건을 이용하면 된다. 반면 특허권은 지분만큼만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공유특허권자는 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공유특허권을 전범위에 걸쳐 스스로 실시할 수 있게 되고 아울러 현행 특허법에 따르면 이 경우 다른 공유자에게 실시에 따른 이익을 분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 공유특허권자의 실시능력에 따라 1%의 지분권자가 사실상 99%의 실시를 할 수도 있어 심히 부당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허권의 실시허락이나 지분의 양도 등에 대해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것은 시장에서 약자의 입장에 있는 공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특허권의 가치는 실시하는 자의 경제력이나 기타 시장에서의 경쟁력 여하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므로 다른 공유자가 강한 경제력이나 경쟁력을 갖는 경쟁업자에게 지분을 양도하거나 실시권을 허락하는 경우 경쟁력이 약한 공유자로서는 자신의 특허발명의 실시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경쟁력이 약한 공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허법에서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유자 중에서는 대학이나 연구소와 같이 스스로는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거나 해당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허락함으로써 공유 특허권에 대한 이익을 향유할 수밖에 없는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 공유자가 타 공유자들에 대해 충분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별 무리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으로부터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비독점적인 실시허락에 대해서는 동의요건을 폐지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공유자 중 누군가가 경쟁기업에 실시권을 부여해 버릴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와 같은 선택은 다른 공유자에게도 가능하다. 따라서 공평한 해결책은 제3자에게 실시권을 허락할 때 다른 공유자가 실시허락에 따른 이익을 배분해 주는 것이다.
 
III. 공유특허권의 원활한 활용을 위한 유의점
특허권의 공유로 인한 제약이나 불합리는 대부분 계약에 의해 회피할 수 있는 것들이므로 이하에서는 공유특허권과 관련해 유의할 점에 대해 살펴본다.
1. 사전계약의 중요성
 공유특허권에 관한 특허법의 규정들은 임의규정이므로 각 공유자간에 합의나 계약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합의나 계약이 우선된다. 따라서 공유특허권에 대한 취급이 불명확한 경우는 물론이고 법률상 명확한 경우에도 ‘특허권의 귀속’, ‘특허발명의 실시’, ‘실시권의 허락’, ‘지분의 이전’, ‘지분의 포기’ 등에 대해 사전에 당사자간에 명시적인 합의를 해 둔다면 추후의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2. 발명자의 확정 및 기여도의 산정
 공동발명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자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출원인에게 양도시킴으로써 발명자 확정에 관한 법적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까지 완화시킬 수 있다. 발명자가 동일한 회사에 소속된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예약승계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없으나 발명이 복수의 기업간 또는 기업과 대학간의 공동연구에 의해 완성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은 경우 경쟁자는 공동발명자로서 충분한 공헌을 하였으나 공동발명자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자를 찾아냄으로써 해당 특허권을 무효로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3. 실험일지의 작성 
 특허권의 공유는 상속이나 일반승계 그리고 지분의 일부양도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동연구에 의해 특허권의 공유관계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연구원들에게 실험일지의 작성을 의무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험일지는 기업간이나 기업과 대학간에 행해지는 공동연구에 의해 발생한 발명의 권리귀속 결정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특히 미국출원의 경우에는 발명의 우선순위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현지법과 제도의 이해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에 있어서의 연구개발도 국경을 초월하여 공동연구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와 같은 공동연구의 결과 발생한 성과에 대해 공동으로 특허권을 취득하는 경우, 한국 내에서의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각국의 법과 제도에 대해 알아 두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특허권은 점유가 불가능한 무형의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각국은 법률에 다양한 규정을 두어 공유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발명을 스스로 실시하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프랑스나 베트남에서는 그 실시에 대해 타 공유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또한 공유 특허권에 대해 실시권을 허락하는 경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다른 공유자에게 공평하게 보상금을 지불할 것을 조건으로 그리고 다른 공유자에 대해 자신의 지분을 일정액으로 양도하는 신청과 함께 제3자에게 비독점적 실시권을 허락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다른 공유자에게 실시권 허락에 따른 수익을 분배하지 않으면서 제3자에게 비독점적인 실시권을 허락할 수 있다.
공유특허권의 지분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실시권의 허락과 마찬가지로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국가가 많으나 미국을 비롯하여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주,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도 단독으로 양도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는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실시권을 허락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나 지분의 양도는 단독으로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VI. 결론
현행 특허법의 특허권공유 관련규정은 형평의 관점이나 발명의 이용 원활화 관점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공유특허권에 관한 규정들은 임의규정이어서 각 공유자간에 별도의 합의나 계약이 존재하면 그와 같은 합의나 계약이 우선하게 되므로 공동연구개발을 계획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그 결과 발생하는 특허권의 권리관계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명확히 결정해 두는 것이 후일의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고 공유특허권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