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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과의 현실과 필요성 그리고 미래 방향
제 871 호    발행일 : 2013.12.03 
2013 현상공모 <으뜸 레포트상 대상>

 

  주변사람들에게 가정과 교직이수를 한다고 말하면 몇 명은 나에게 “요리는 잘하겠네?”, “빨래는 어떻게 해?”, “바느질은 잘 해?”부터 시작하여 “너 여성스럽겠지?”라고 반응해준다. 이는 가정 과목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범하는 오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정 교과의 학습 목표를 재봉, 수예, 조리 등 기능적인 지식의 습득과 실천으로 보던 시기가 있었다. 또한 그 시기에는 남녀가 분리되어 남자는 기술, 여자는 가정만을 배웠다. 문제는 이러한 가정 교과의 이미지가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다는 데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살림살이를 돕는 도구의 등장했기 때문에 가정 교과는 배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가정 교과를 꼭 배워야 하냐는 갑논을박은 구시대적인 오해로부터 출발한다. 가정 교과의 정체성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교육 현장에서의 가정 교과는 이제 존폐위기에 처해 있다.

가정 교과의 현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교육과정의 개정이 잇따르면서 가정 교과는 특정 과목과의 통합과 함께 이수시간의 축소를 감수해야 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실시된 7차 교육과정에서 가정 교과와 기술교과의 통합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은 국가 차원에서 특정시기(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년)동안 지정 필수 과목(10 과목)을 배우도록 의무화하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낮추고자하는 의도였다.
  한편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정은 또 다른 변화의 중심 교과가 되었다. 기술 교과와 통합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학교의 경우 과학교과와 묶이고, 고등학교의 경우 교양 교과 군으로 새롭게 분류되었다. 이제 중학교는 3년 동안 646시간 내에서 학교 자체별로 20%이상 과학과 기술.가정 중 증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고등학교에서 기술.가정은 필수과목이 아닌 교양 교과이기 때문에 안 배워도 상관없어졌다.
  가정 교과와 기술 교과가 내용 측면에서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에 관한 의문은 제 7차 교육과정이 개정된 당시에도 있었다. 현재 입시위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입시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외에 기술.가정에 수업 시간을 배분하려고 하겠는지 또한 염려사항이었다. 결국 이러한 교육 과정의 변화는 가정을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는 교과로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심화된다면 향후 초등학교의 실과 교과, 중.고등학교의 가정 교과의 존재는 불분명하다. 이대로 가정 교과의 존재는 학교 내에서 없어져도 되는가?


가정학과 가정교과의 개념과 필요성

  가정학의 명칭으로 ‘가정경제’를 의미하는 ‘Home Economics’를 20세기 초부터 일반적으로 사용해왔다. 명칭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가정학은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가족, 소비생활의 큰 5가지 틀로 구성되어 순조롭게 가정경제생활을 영위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바람직한 가정경제생활은 실생활과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가정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실천 지향적인 관점을 취하므로 곧 실천학문이기도하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 간 의사소통에 관하여 어떤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지적인 요소를 실생활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혼율의 감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한 내용까지 연속적으로 배운다. 즉, 가정학은 내용 자체가 생활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실용적이고 더불어 사회문제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학문이다.
  가정학을 근간으로 하는 가정 교과는 의식주, 가족, 소비생활 전반을 일상생활과 연관시킴으로써 실천 가능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 학습 범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인 가족, 청소년 문제에 두고 미래 가정의 구성원인 학생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정의적 영역까지 포함한다.
  실제로 미래에 청소년들이 직면해야하는 사회는 다이내믹하다. 각종 대중매체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미래는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노인 인구의 증가와 청년 인구의 감소로 인구구조의 변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게다가 많은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다문화가 조성되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다문화 가족, 독신 가족 등 가족형태의 변화 또한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환경과 앞으로 살아갈 환경과의 괴리로 갈등을 유발하여 가정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국가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교육을 통해 장차 성인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의 가치관에 변화를 주는 것인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교과가 바로 가정이다.

 


저출산.고령사회.다문화 사회 등 극변하는 미래에 적응하고 주도하는 능력 함양

  중학교 가정 교과는 ‘청소년의 이해’ 단원부터, ‘청소년의 생활’, ‘청소년의 자기 관리’, ‘가족의 이해’, ‘녹색 가정생활의 실천’, ‘진로와 생애 설계’ 단원까지 총 6개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저출산.고령,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 빠른 우리나라에서 ‘가족의 이해’ 단원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가족의 이해’ 단원은 저출산.고령 사회, 다문화 사회의 도래 등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가치관을 청소년들이 내면화하는 데 학습 목표를 두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학생 수가 2012년에 46,954명을 기록하여 2006년 9,389명에 비해 5배 증가한 현시점에서 한부모 가족, 동성애 가족, 재혼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배움으로써 다문화 가정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족가치관 및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화를 이해하고 세대 간의 조화 방법 등을 배움으로써 학생들이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데 건강한 가치관으로 적응하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등학교 가정 교과는 중학교 가정 교과의 내용을 심화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요구되는 가치를 중점으로 단원을 편성하여 ‘저출산.고령사회와 가족’, ‘가족이 여는 행복한 가정생활’ 단원으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의식주 생활에 적용한 배려와 나눔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로 손꼽히면서 교과서에 추가되었다.


가족의 붕괴로 인한 청소년의 자아정체감 상실과 청소년 비행을 예방

  가정 교과는 발달 특성상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청소년들은 고의적 자살, 10대 임신 등 파괴적인 일탈을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10대일 가능성이 높은 40대가 이혼 부부의 40%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가정 붕괴가 불안한 자아 정체감 형성에 영향이 있음을 반증한다. 즉, 40대의 이혼율 증가는 자아 정체감의 형성이 덜 된 비행 청소년이 증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가정 교과의 단원 중 ‘청소년의 이해’ 단원은 청소년기의 발달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청소년이 자신에 관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자아 정체감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이 단원에서는 공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에 관하여 배움으로써 청소년의 임신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고등학교 가정교과의 경우 중학교 가정에서 배운 내용을 보다 심화하여 ‘결혼과 성’에 관한 인식을 바로 세우고 건강한 가정에 관해 배움으로써 미래의 가족 붕괴를 예방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청소년에게 부담 없는 진로탐색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가정교과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 체제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일에 대한 흥미와 소질을 찾지 못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중.고등학생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 직업은 공무원 혹은 교사였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해 볼 기회가 부족했음을 시사한다. 진로교육을 위해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았을 때 그들의 협조는 쉽게 얻기가 힘들다. 따라서 정해진 시간을 분배하여 학생들이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 교과의 ‘진로와 생애설계’ 단원은 청소년들이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한 요소를 배우고, 다양한 직업의 종류를 알아보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올바른 진로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준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진로에 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에 나중에 그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정교과의 발전을 위한 미래방향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고 미래의 문제를 대비하는데 여러 영역에서의 노력이 촉구되지만 특히 교육 영역에서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현재의 문제에 바람직한 시각을 가지고 앞으로의 삶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을 안고 있다. 가정 교과는 다변화된 미래 상황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청소년기 자아 정체감 형성에 도움을 줌으로써 일탈 행동을 방지하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서두에서 제시했듯이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가정 교과의 중요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과목을 제외한 여타 과목을 정체성의 고려도 없이 다른 과목과 통합하거나, 도 아니면 모 식으로 다른 과목 중 한 과목을 선택하라는 지시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 교과 또한 마찬가지다. 기술 교과, 과학 교과는 가정 교과가 지향하는 학습 목표, 내용 체계 등과 부합한 면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묶음이 되었다.
또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교양 교과 군으로 분류하고 선택의 자유를 준 것은 입시 과목을 중시하는 우리의 일반적인 교육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정 교과가 선택될 확율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의도한 조치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가정 교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가정 교과를 특정 교과와 분리하고 필수 교과로 지정하는 것이다. 다음 교육 과정 개편 시 가정 교과를 기술 교과와 분리하고 다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일부로 옮기는 방법이 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에 속하는 교과는 지정된 기간 동안 꼭 배워야 한다. 가정 교과를 배움으로써 학생들은 태도 변화를 이끌고 사회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선택 교과로 입시 과목에 포함하고 대학의 관련 학과 지원시 점수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가정 교과를 선택할 수 있는 입시 과목 교과로 지정하고 최소한 가정 교과를 심화하여 배우는 생활과학대 내 학과 및 유사 학과 지원 시 점수를 반영해야 한다. 입시와 학부모.학생의 과목 선호도는 분명히 관련되어 있다. 현재 입시 체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이들 과목 중심의 학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정 교과가 입시 과목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대학이 이를 점수로 반영한다면 교과 간 차별이 다소 줄어들 수 있고 대학 또한 전공을 미리 접한 선별된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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