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학생자치기구는 학생들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자치활동을 통해 진보적 대학문화를 건설하고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도모하는 주요 기구로서 통칭 학생회라고 불린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총대의원회, 학생복지위원회, 총동아리 연합회 등의 중앙 자치기구와 각 단대 및 학과별로 이러한 학생자치기구가 활동 중이다.
 과거의 학생자치기구는 학생을 대변하는 기구로서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의 학생자치기구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학생들의 관심 저하로 인해 위상이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학논단에서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학생자치기구의 현 시점을 진단해보고 앞으로의 학생자치기구의 역할과 발전방안에 대해 토의를 진행했다. 토의자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청자 중 선정했으며 토론은 11월 25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충북대신문사 기자실에서 진행됐다. 
 
“학생자치기구, 시대의 변화 속에 도태 중”
사회자(아래 사회) : 학생자치기구의 위상과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토의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기중(아래 중) : 과거의 대학생들은 소수의 지식인으로서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했고 그에 따라 학생운동 등을 통한 단결에 앞장섰던 학생자치기구의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 사회에서는 학생들의 단결과 협력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자리 잡았으며 그로 인해 학생자치기구의 역할과 영향력도 축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판경(아래 경) : 저는 학생자치기구 약화는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 대학생이 투쟁하던 시절에는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이 컸지만 현재의 대학생들은 더 이상 투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까지 투쟁을 부르짖고 있는 학생자치기구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휘(아래 휘) : 과거와 비교해 대학문화가 많이 변한 것이 사실입니다. 단체보다 개인이 우선시 되는 현재 대학가의 분위기를 볼 때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위상이 약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습니다.
이주희(아래 희) : 학생자치기구의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그로 인한 불신과 무관심으로 학생자치기구의 위상도 자연히 약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많은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불신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것과 마찬가지의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휘: 학생자치기구 활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적은 것도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학생자치기구의 임원이라는 위치는 돌아오는 혜택이 적기 때문에 더욱 봉사 정신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다른 학생들이 그 노고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기에 하고자 하는 사람도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학생들의 비판은 점점 커지고 있죠. 이런 현상이 점차 심화되면서 학생자치기구에 참여하려는 학생도 줄고 자연히 위상이나 영향력도 축소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위한 학생자치기구가 필요한 때”
사회 :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토의자 분들은 현 시대가 요구하는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 : 시대가 요구하는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은 학내 모든 학생들의 여론을 올바로 수렴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선적으로 학우들이 학교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 향상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학생자치기구와 학생 간의 소통을 통해 이룰 수 있습니다.
경 : 저는 학생자치기구가 학생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문화 저변을 확대 시켜 줄 강연회나 다양한 취업 관련 행사 등을 자주 열어주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죠.
희 : 앞으로는 학생자치기구와 학생들이 더욱 밀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예산을 사용하는 학생자치기구의 투명한 운영 또한 학생자치기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족하거나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면 바로 수정하는 역할도 필요하겠고요.
휘 : 미래의 학생자치기구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큰 사업보다는 강의실 개방 같은 작지만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온라인 시대인만큼 인터넷을 통해 학생자치기구가 하는 주요 사업이나 일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경 : 또한 앞으로는 중앙자치기구의 큰 역할 못지않게 각 단대나 학과의 자치기구들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회는 학교 전체를 바라본 거시적인 차원에서 일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일반 학생들과 밀접해 세세하게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단대나 학과별 소규모 학생자치기구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총학생회는 학과 수준의 소규모 자치기구들과 활발히 연계해 일반 학생들을 위한 지원과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발전 가로막고 있는 소통의 벽”
사회 : 토의자 분들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학생자치기구는 학생을 위한 기구로서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토의자 분들은 현재 학생자치기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희 :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우들의 불신과 반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예산의 사용에 비리가 있다는 식의 루머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학생도 많은 것 같습니다.
경 : 학생자치기구와 학생 사이에 소통 부족이 매우 큰 문제입니다. 물론 우리 학교도 온라인에 커뮤니티가 있고 총학생회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소통이 원활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전에 연세대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매달마다 공약 이행 정도를 인터넷으로 게시하고, 자유게시판을 통해 학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회도 학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휘 : 맞습니다.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심지어는 총여학생회나 학생복지위원회 같은 자치기구의 경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반 학우들이 많은 실정입니다.
중 : 동의합니다. 저도 우리 학교 총학생회가 운영하고 있는 싸이월드 클럽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가입되어 있는 학생의 숫자가 6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임원들만이 활동을 하고 있어 학생자치기구 임원들만의 모임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을 뿐 학생과 자치기구의 소통의 공간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희 : 하지만 소통 부족의 문제에서는 분명 학생들의 무관심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해가 지나가도록 총학생회의 홈페이지에 2만 명이 넘는 학우 중 600명이 조금 넘는 학생들이 가입한 것을 볼 때 학우들의 소통 의지도 매우 약한 것 같습니다.
휘 : 학생자치기구의 활동이 소극적인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자치기구는 당선되기 위해 선거철에만 유독 활발히 활동할 뿐 선거가 끝난 후에는 선거 운동 기간에 보여주었던 열정과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학생자치기구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책임지고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을 향한 관심이나 지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노력이 발전의 필수조건”
사회 : 토의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학생자치기구의 발전방안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중 : 홈페이지 운영을 활성화 하는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된다면 소통과 신뢰 등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과거처럼 학생자치기구의 위상과 영향력도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 : 저는 일단 학생자치기구 스스로의 노력이 자치기구 발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학생자치기구 임원들은 조직을 발전시켜 학생들을 위해 더욱 헌신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노력하는 지치기구 임원들을 위한 합당한 보상도 해줘야겠죠. 또한 근거 없는 비방들이 그들의 발전에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욕보다는 격려를 통해 학생자치기구의 발전을 독려하려는 학생들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희 : 앞으로는 자치기구 임원들의 프로정신이 학생자치기구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생의 대변자이자 대표로서 학생과 조직을 위해 프로정신을 발휘한다면 학생들도 분명 박수를 쳐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자치기구는 매년 조직 구성원이 바뀌고 있는데 무언가를 이루기에 1년은 매우 짧습니다. 전 학생자치기구의 철저한 인수인계 및 자치기구 운영에 대한 조언 등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새 학생자치기구가 1년이라는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휘: 저는 현실적으로 학생자치기구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학교의 협조 없이는 자치기구가 발전하는데 한계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대표로서 학생자치기구들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고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학교 자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학생을 대표하는 자치기구와 본부 측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사회 : 여러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사실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학생자치기구의 영향력은 우리 학교뿐만이 아니라 대학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자치기구, 학교의 노력과 소통이 있다면 학생자치기구의 발전과 함께 학교 전체의 도약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학생자치기구들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기를 바라며 이번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토의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