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리학교 도서관에 들어가 보아도 소장 도서 6권이 모두 대출중이어서 그 인기를 가늠하게 한다. 이 책의 인기가 높은 것은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정의론을 펼치기 때문이며 ‘한국 사회 정치 상황이 안겨준 시대적 갈증과 욕구에 호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한겨레, 2010. 7. 16). 구매자들 중 60% 이상이 이삼십대 젊은 층이라고 한다. 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공동체의 공동 목적, 공동선, 좋은 삶, 좋은 사회, 연대의무 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을 생각하면 ‘나홀로 성공’이 모든 이의 삶의 목적과 행동의 준거가 된 우리 사회에도 앞으로 희망이 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 사회에는 공동체에 미치는 결과에 대한 고려가 없이 펼쳐지는 사회정책들이 만연해 왔다. 지역 불균등 발전, 경제적 양극화 그리고 일류 지향적 교육정책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수도권의 인구집중은 이런 정책의 결과다. 지방에 사는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된다. 농촌 총각의 결혼문제는 농촌의 성비불균형의 결과이지 전국적인 성비 불균형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1995~2005년 기간에 25~39세 연령층의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00~103명이었다. 청년 여성들이 대거 농촌을 탈출하고 나니 농촌의 결혼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다문화가정은 그 결과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어야 하는 인종차별의 상처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슬픈 현실이지만 그 상처가 미래 우리 사회에 어떤 엄청난 사회문제를 야기할지를 예측하는 데는 큰 상상력이 필요치 않다. 경제적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웃이라는 개념을 잊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생산품에 담긴 가치는 최종 조립자인 대기업이 현금화해서 독차지한다. 중소기업들은 울상인데 대기업들은 돈잔치를 한다.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쪽방촌 투기는 우리 경제의 뒷면을 보여주는 기막힌 희극이다. 소수의 일류만을 위한 교육정책은 다수를 패배자의 삶으로 밀어 넣는다.       
   이쯤 되면 우리 공동체의 경계선이 어디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센델 교수는 불평등의 심화를 걱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민주 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 의식의 약화’를 들고 있다. 지방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일류 대학에 못 간 사람들, 이들은 그 공동체에서 배제된 내부 식민지다. 대학의 청년들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