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 필자 기고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류영탁(심리학과 10)
 
우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는 모든 것들 중에서 재배되고, 가공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음식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집에서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이는 것은 극히 일부의 과정이다. 우리가 음식을 해 먹는 대부분의 과정은 과자봉투를 열어 과자를 꺼내 먹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 얘기는 누군가가 우리가 매일 먹을 음식을 재배하고, 가공하고, 유통한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가 그런 일들을 하는가. 바로 유통업자들이다.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운 것은 생산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각각의 역할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식품유통업자들이 처음이자 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까운 예로 트럭에 채소를 싣고 팔러 다니는 상인을 생각해보자. 물론 이 사람을 소매업자로 볼 수 있다. 그들은 각자 마케팅을 펼치면서 각 동네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분명히 소매업자이다. 하지만 이들이 트럭을 가진 유통업자이기도 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네 채소가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들은 유통업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항상 맞춰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백화점과 같은 경우도 규모가 크다고 해서 상황이 다르지 않다. 그들은 유통망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에서 백화점 사업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농장에 어떤 작물을 얼마나 심을 지도 결정할 만큼 큰 위치에 서게 된다. 결국은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배추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식품유통 과정에 대한 뉴스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대 생산가격의 5배까지 폭리를 취한다는 보도였다. 한 알의 씨앗을 심어서 30, 40알을 얻어내는 농민들에 대한 보도는 물론 나오지 않았다. 농협에서 브랜드 개발비로 쏟아 붓고 있는 액수 또한 나오지 않았다. 유통업자들이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고속도로에서 수면운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남이 쉽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너그럽지 못하다. 그래서 자신이든 자녀든 일명 ‘사’자가 들어간 직업군에 속하려고 하면서도 ‘꾼’자가 들어간 장사꾼은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렇게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자신도 승용차를 팔아 화물차를 사고 강원도로 향하면 될 것을 자신들이 원하지 않았던 직업이라는 이유로 유통업자들을 비난하고 배추 가격이 올랐다고 몇 십 년 동안 그럭저럭 잘 굴러가던 유통구조를 오늘날 와서 갑자기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기본 상식과 각각의 직업들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는 꼴이다. 우리 개개인은 특정 직업이 사회의 한구석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피해의식보다는 자신과 타인의 직업에 대해 존중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