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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기억에는 소비기한이 없다
제 973 호    발행일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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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라 이름 붙여진 배 한 대가 진도군의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476명의 사람을 태운 배는 선체 자체의 결함이 있다는 내인설, 충돌 등 외력에 의해 침몰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 등 여러 논의의 중심에 섰으나 끝내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그대로 녹슬어 갔다. 3일 동안 이뤄진 구조 작업의 끝에 476명 중 172명이 구조됐고, 시신 미수습자를 포함해 304명이 사망해 36.1%라는 극악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당시 선 내에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이 탑승해 있었기에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세월호에 탄 단원고 학생들이 열여덟이던 그때 나는 열셋이었다. 4월이라는 시기의 특성상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하는 기간이었고, 속보가 뜬 4월 16일은 언니가 수련회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티비를 틀면 오른쪽 상단에 몇 명이 구조됐는지가 작은 네모 칸에 표기됐다. 뉴스에는 세월호에 관한 내용이 쏟아져 나왔고, 내가 가기로 했던 현장체험학습은 자연스럽게 취소됐다. 당시 어린 마음에 배를 타는 것도 아니고 버스를 타는 현장체험학습이 왜 취소되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 어린 마음에도 476명의 목숨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렇기에 매일 밤 자기 전 기도를 올렸다. 무신론자이면서 부처님, 하느님, 온갖 신을 거론하며 열심히 기도했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어떤 어른들은 책임 전가를 일삼으며 문제의 원인을 파헤치는 것조차 방해했다. 어떤 어른은 오로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살게 됐다. 친구들을 바다로 떠나보낸 학생들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는 항상 노란 리본이 자리하게 됐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참사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나는 어느새 대학교 3학년이 됐다. 매년 4월 16일마다 SNS에는 세월호 추모 글이나 사진이 올라왔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세월호는 점점 잊혀 갔다. 서울시의회 앞에 자리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은 지난해부터 불법점거로 간주해 매달 변상금 부과 고지서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부과된 변상금의 총액은 3,000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오후 6시에서 오전 9시 사이의 전기 공급까지 중단됐다. 보장받지 못하는 건 추억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의료지원금의 법정 기한도 내년 4월 15일까지다. 10년이라는 그 시간도 지난 2017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시행령을 개정해 시한이 연장된 것이다.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피해지원법) 제2조 3항에 따르면 피해자는 세월호에 승선했던 생존자, 희생자의 가족, 그리고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한 인물만 해당한다. 구조에 참여한 어부들도 특별법 안에 속하긴 하나 이는 손실의 보상에 한정된다. 좁은 피해자의 범위 탓에 구조를 위해 수색 작업에 참여해 트라우마를 얻은 잠수사들은 생업을 포기했고, 10년의 보장도 받지 못했다. 진상을 밝혀 달라는 목소리는 ‘지겹다. 또 그 소리냐’는 비아냥의 벽에 막혔고, 노란 리본을 피하는 이도 생겨났다. 바다에 묻힌 이들의 멈춰버린 10년은 사람들에 의해 닳고 바스러졌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추모에 소비기한이 있는가? 음식도, 물건도 아닌 기억에 이 정도까지만 생각하라고 정해두는 게 과연 도리에 맞는 행동일까? 많은 사람이 죽은 일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고등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했다는 첫 보도에 대한 충격과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에서 비롯된 상실감은 잊을 수가 없다.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를 처음 느꼈던 그 순간이 광활한 진도 바다에 깊게 가라앉았는데 어떻게 이걸 ‘돌림노래’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들은, 우리는 자기 자신과 가족의 일이었어도 이렇게 잊기 쉬운 일이라 말하고 철거를 종용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그리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도출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는 <세월호피해지원법>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3월 29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참사 피해자의 범위에 잠수사를 포함하고 피해자 의료비 지원 기간을 제한 없이 두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언론에서는 여전히 4월 16일마다 세월호 피해자에 대해 보도하고, 사람들의 SNS 프로필에는 노란 리본이 선명하게 띄워져 있다. 기약조차 가질 수 없는 그리움에 대한 기억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기억하지 않으면 4.16 세월호도, 10.29 이태원도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외면하지 말고, 지우려 하지 말고,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천 개의 바람’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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