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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에 대한 사회투자 : 아동복지의 미래
제 825 호    발행일 : 2010.11.14 
아동 복지 예산은 GDP의 0.01%에 불과
아동대상 조기투자 사회적 환원 효과 커
통합적 조기개입 서비스에 예산확대 필요


윤혜미
생활과학대학 아동복지학과
 

정화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정화가 1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정화는 3살 어린 남동생 정호와 현재의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엄마와 살게 되었다. 빌딩 청소일을 하는 엄마는 두 아이들을 부양하느라 새벽 6시면 일을 나가, 식당보조일까지 마치고 밤 11시가 넘어 귀가한다. 정화와 정호는 부모 이혼 이후 ‘끊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태권도장을 끊었고, 학습지를 끊었으며, 아침마다 배달되던 우유를 끊었다. 엄마가 숙제를 봐주던 것도 끊어졌으며 엄마와 식사를 같이 하는 일도, 하루일과를 이야기하던 일도 차차 끊어졌다. 방과 후에는 빨리 학원에 가야하는 친구들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끊어졌다. 늘어난 것도 있다. 식사를 거르거나 라면으로 때우는 일이 늘었으며, 숙제를 게을리 해서 선생님께 혼나는 일이 늘었고, 시험 보면 틀린 문제 개수가 늘었으며, 친구들과 다투고 욕하기가 늘었고, 혼자 거리를 배회하는 일이 늘었으며 불량해 보이는 동네 언니 오빠들의 잔심부름하는 일이 늘었다. 피곤한 엄마에게 대들다가 매 맞는 일도 늘었다. 어제는 학교에서 ‘장래희망’이라는 제목으로 글짓기를 하라고 했는데, 도통 무엇을 써야할 지 알 수 없어 창밖만 바라보며 언제까지 계속 재미없는 학교를 다녀야 하나 생각했다. 

 
정화와 정호의 이야기는 ‘아동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를 아동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10명 중 1명꼴인 빈곤아동 생활의 한 단면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한국사회 아동의 삶의 조건 변화가 엿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이 늘어나면서 가족의 복지기능이 약화되고 있으며, 한부모가정 여성 가장의 고단한 취업실태는 근로빈곤(working poor)계층의 희망 없는 미래와 그 속에서 방임되는 아동의 현실을 보여준다. 빈곤과 소원한 가족관계, 그리고 생계형 방임은 아동의 인지적·사회적·정서적 발달성의 부진을 가져오고 안전하지 못한 지역사회는 아이들의 성장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역할모델을 상실한 아이들과 돌봄이 부족한 학교현장은 학업중단을 염려케 한다. 이런 과정의 종착역은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정화와 정호는 아동복지의 대상일까? 남매는 한부모지만 직업이 있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마 1980년대 이전이었다면 정화와 정호는 아동복지정책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것이다. 1960∼1980년까지의 아동복지는 보호자가 없는 아동에 대한 구호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불을 눈앞에 둔 OECD 회원국가인 21세기 한국은 아동에 대한 투자를 국가정책 아젠다의 핵심으로 삼는 시대에 살고 있어, 정화와 정호는 아동복지의 핵심적 대상이 된다.
아동에 대한 사회투자란 아동에 대한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래성장동력으로서의 아동에 대한 사회투자를 통해 ‘인적 자원 고도화’를 꾀하는 정책방향이다. 즉 아동기의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형성하고 성장단계별 발달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사회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에는 한국사회의 경제사회적 발달과 UN 아동권리협약 조인과 같은 아동복지의 글로벌 스탠다드의 도입 그리고 OECD 회원국 중 최하수준의 출산율 충격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여성 1인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자녀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은 1980년 2.83명에서 1990년 1.59명, 2000년 1.47명 그리고 2009년 1.15명으로 급감하여 미국의 2.09, 프랑스의 2.00, 일본의 1.37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다음 표는 1970년 이후 0∼18세미만의 아동청소년인구의 변화추이를 보여준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한국은 2018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에 달하는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될 것이며 2026년에는 노인인구가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에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통계청, 전국장래인구추계, 2006).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기란 매우 어려운 일임을 감안하면 한국사회에서도 영국의 아동정책 구호 ‘Every child matters’처럼 아동이라는 인적 자본에 대한 사회투자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 한국 아동복지의 현주소는 적극적 투자로서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로 전환하여 차차 그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 즉 시설아동, 소년소녀가정아동, 가정과 학교 이탈아동 등 취약위기아동에게 한정된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발달과업을 지원하는 미래지향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게 되었다. 가용자원의 한계를 생각할 때, 전통적 위기아동지원에 추가하여 아동빈곤(중위소득 50% 이하 가정의 아동)의 감소는 우선적 정책목표이다. 빈곤아동은 박탈된 환경의 영향으로 발달단계의 과업성취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곧 부정적 발달로 이어져 성인기 빈곤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림 1>은 빈곤아동의 가난 대물림 경로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아동복지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위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빈곤아동의 가정환경을 보완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소득지원대상의 점진적 확대와 지원액의 증액을 비롯하여 부족한 아동보호와 보육기능, 자녀학습지도 등을 지원하기 위한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서비스로서 통합적 조기개입서비스와 발달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아동에 대한 조기 투자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달성, 사회문제 예방 및 사회통합 유도 등 사회적 환원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실행되는 통합적 조기개입서비스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2007년 16개 시범사업에서 시작하여 2010년 94개로 확대된 ‘드림스타트’가 있다. 드림스타트는 미국의 Head Start, 영국의 Sure Start, 캐나다의 Fair Start, 호주의 Best Start처럼 저소득계층의 0∼13세 미만 아동에게 보건, 교육, 복지서비스를 통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아동지원 사업이다. 300명 이상의 0∼13세 미만 빈곤아동이 살고 있는 지역에 우선적으로 시행되는 드림스타트는 빈곤아동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능력 등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아동복지서비스로 아이들에게는 건강, 복지, 보육 등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는 직업훈련과 고용촉진서비스를 제공하여 빈곤세습의 고리를 단절하여 사회통합을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성격이면서 빈곤아동의 방과 후 보호를 위한 예방적 사업인 ‘지역아동센터’와 ‘방과 후 학교’, 또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유아대상 통합프로그램인 ‘시소와 그네’도 정화나 정호와 같이 학교가 파한 후 오랜 시간을 아이들끼리만 지내면서 영양, 학습, 안전 면에서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발달을 지원하려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아동센터는 현재 전국에 3500여 개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아동에게 부족한 학습지원 또는 특기교육과 함께 장애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아동복지바우처’가 도입되어 아동개인의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역시 지역의 빈곤가정에 대한 교육과 상담 서비스를 통해 가족해체를 예방하여 결과적으로 아동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 중인 ‘교육복지우선투자지역지원사업’도 전국 583개 초·중·고교에서 저소득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학습, 문화체험, 심리정서, 보호와 건강 및 지원의 총 5개 영역의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계층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고 있다.
본 글에 등장하였던 정화와 정호남매는 이와 같은 사회투자적 성격의 아동복지서비스의 수급자이다. 정호는 만 5세아 무상보육대상일 가능성이 높고, 정화는 교육복지지원사업에 해당되는 학교에서 정규교과 외에 학습과 문화체험 등의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두 아이 모두 방과 후에는 집근처의 지역아동센터나 드림스타트에서 엄마가 돌아오는 밤 시간까지 야간 보호를 받으면서 자원봉사자나 아동복지교사와 함께 숙제와 공부, 독서와 놀이를 공유하고 센터가 제공하는 따뜻한 저녁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엄마도 지역아동센터나 드림스타트 사회복지사와의 교류를 통해 취업지원 및 가족생활지원 등을 받아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화는 어쩌면 다음 글짓기 시간에는 멘토인 대학생 언니의 영향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학교선생님이 되겠다는 희망을 또박또박 써내려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GDP의 0.01%에 불과한 아동복지예산이 OECD 회원국 평균인 GDP의 2%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 아동복지학과는 이러한 사회투자적 아동복지서비스의 현장에서 근무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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