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에셔의 심메트리 형식과 프랙탈 특성’ 한국기초조형학회 학술논문상 수상
미술과 심복섭 교수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가 예술사적으로 갖는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 그의 작품이 미술관보다 오히려 과학박물관에서 더 많이 전시되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이는 그의 작품이 매우 수학적이고 구조적인 동시에 뇌를 자극하는 시각적 환영과 초현실주의적 특성 등 ‘시각과 개념, 사실과 상징’ 사이의 관계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특히 알람브라 궁전의 웅대하고 다양한 장식에 매료되어 이를 분석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조형적 실험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심메트리라는 개념을 통해 그의 족적을 예술?디자인계뿐만 아니라 수학, 심리학계를 비롯한 사회, 문화전반에까지 뿌리 깊게 남겼다.
심메트리(Symmetry)는 그리스어 Symmetria와 라틴어 Symmetrios를 어원으로 하며 Syn(같은)과 Metron(측정하다)의 복합어로 좌우의 균형, 그리고 부분과 부분, 부분과 전체의 조화가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는 우주의 형상을 구성하는 기본이며, 기하학의 기본이기도 하다. 우리말로 바꾸자면 ‘대칭(對稱)’이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는데, 예로부터 대칭은 ‘완전성’을 의미하여 건축물이나 조형물에 널리 이용되어 왔다. 넓은 의미에서 심메트리는 개개의 도형이나 군(群)으로서의 도형에 있어 균제(均齊)미를 지칭하며, 좁은 의미로는 대칭미를 지칭한다.
주지하듯이 우리가 조형을 수행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조형요소와 원리가 관여하고 있다. 그 개개의 특성과 개념의 근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오늘날 조형의 영역에서 꼭 필요로 하는 과제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단서이며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심메트리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대상이 되어왔고 지금도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조형적 관점에서 심메트리의 수리적 체계를 탐구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에셔의 작품을 통해 심메트리를 탐구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에셔만큼 심메트리의 수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능숙하게 활용한 조형 예술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에셔의 조형세계가 심메트리 안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직시, 심메트리 형식과 기법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조형세계를 탐미하고 심메트리의 조형적 의미와 활용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다양한 조형분야에서 교육과 창작을 지원하는 기초조형의 근거로 이해되고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구 대칭으로부터 인간의 좌우대칭, 그리고 동물이나 식물, 분자나 원자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주변에는 대칭의 구조를 가진 대상이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삼라만상이 대칭적 특성을 갖는다는 인식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대칭은 형태나 구조적인 면에서 드러나는 견고하고 명확하며 안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시각에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하므로 우리가 느끼는 미적 감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미학적 개념이면서 동시에 수학적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그 개념 덕분에 여러 가지 유형의 규칙적인 패턴들을 분류하고 그들 사이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심메트리는 하나의 선을 기준 축으로 반대편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좌우대칭이나 상하대칭, 한 점을 기준으로 회전하여 형성되는 회전대칭을 지칭하지만 조형의 세계에서는 더욱 폭넓은 의미를 갖는다. 즉 어떤 위치에서 형태를 측정하여 일정한 위치로 옮기는 일종의 변환규칙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태 자체를 변화시키는 변환이 아니므로 변환 전과 변환 후의 형태는 항상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심메트리는 구조적 특성상 명쾌하고 안정적인 것, 질서 정연하고 지적인 것, 뚜렷하고 견고한 것, 엄숙하고 신비한 것 등을 나타내는데 적합한 성질을 갖는다.
에셔는 심메트리의 수리적 체계를 탐구하고 자신의 작품에 적극 도입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일련의 ‘평면의 규칙적 분할’이다. 이슬람의 무어인들은 전통적으로 건축물의 표면을 적합한 형태로 빈틈없이 메우는데 숙달되어 있었고 알람브라 궁전에는 이러한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에셔는 알람브라를 두 번째로 방문한 이후, 그들이 만들어낸 풍부한 색상과 장식, 복잡하게 교차하는 일련의 기하학적 디자인에서 조형예술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들 패턴의 구조와 체계를 연구하여 심오한 상상력 뒤에 숨어있는 엄격한 수리적 규칙을 이해하게 된다. 이후로 그는 결정학(Crystallography)에 기초한 기하학적 심메트리를 통해 규칙적인 평면분할의 원리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한다. 특히 이슬람의 무어인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구체적 형상을 표현하지 못하고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만을 사용한 것에 주목하고 나뭇잎, 물고기, 새, 파충류, 인간 등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형상들을 작품에 도입한다. 그리고 그 형상들을 대조적인 색상으로 강조하여 표현한다. 이를 통해 에셔는 무엇보다도 ‘알아보기 쉬워야 한다’는 그의 작업철칙을 실현하게 된다. 그리고 평면의 규칙적 분할을 가능하게 하는 기하학적 구조의 기초로써 정삼각형, 정사각형, 직사각형, 평행사변형, 마름모꼴, 정육각형의 여섯 가지 도형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기본도형들을 단위격자(Unit cell)라 하는데, 모든 평면의 규칙적 분할은 이러한 단위격자로 구성된다. 따라서 단위격자에 심메트리의 다양한 조작법을 적용하면 여러 가지의 규칙적 평면분할 패턴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조형에서의 심메트리는 어떤 위치에서 형태를 측정하여 일정한 위치로 옮기는 변환규칙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심메트리 조작을 위한 17가지 대칭군에 대한 이해는 조형교육이나 창작지원은 물론, 기초조형의 근거로써 숙지해야 할 가치가 매우 크다. 셋째, 에셔는 기하학적 심메트리의 기초로써 6가지 기본도형을 제시하였고, 이 도형들은 평면의 규칙적 분할을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로써 패턴을 디자인하거나 분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넷째, 평면의 규칙적 분할은 표현방법과 형식상 테셀레이션과 동일하며, 바탕과 도형이 분리되지 않고 수시로 반전되는 착시도형의 특성을 갖는다. 다섯째, 자기유사성을 통한 부분과 부분, 또는 부분과 전체와의 조화라는 점에서 심메트리와 프랙탈 사이에는 유사개념이 존재한다. 여섯째, 에셔는 이미 프랙탈 이론이 등장하기 전에 심메트리를 통해 프랙탈에 접근함으로써 유클리드 공간에서 비유클리드 공간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프랙탈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 이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컴퓨터가 조형의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조형계는 프랙탈을 예술의 한 형태로 받아들였고, 이는 기계적이고 유클리드적인 형상에서 탈피, 유기적이고 비유클리드적인 형상으로 그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본 논문의 전문은 기초조형학연구 Vol.11. No.3(2010년 6월 발행)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봉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