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김원재 교수 | 의과대학 임상연구동 비뇨기과 실험실
최근 100년 간 현대의 물질문명 사회는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이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가 생활의 일부로 쓰는 핸드폰, 휴대용 게임기, 로봇 등은 30여 년 전에는 공상과학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 유전체학 연구 (Human Genome Project) 결과로부터 얻어진 막대한 유전정보와 지식, 그리고 연구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 실제로 개인의 염기서열 (Personal Genome)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한 개인의 총체적인 생물학적 유전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유전적 개체성에 근거한 질병 예측과 예방이 가능하게 되고 질병 조기 진단과 맞춤치료를 할 수 있게 되는 맞춤유전의료 (Personalized Genetic Medicine) 시대가 21세기의 포스트 게놈 시대(post genome era)에 살고 있는 우리 눈앞에 열리고 있다.
비뇨기계 종양의 중요성
현재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노인의료비 비율이 2003년 22%정도로 급증하고, 최근 노인성 질환의 건강보험 급여액이 약 5조 6천억원에 달하여 10년 전과 비교하면 8.3배를 보이고 있다. 그중 비뇨기계 질환은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과 서구화된 생활환경 등으로 연령증가와 더불어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비뇨기 종양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증가하고, 크게 요상피종양 (방광암, 요관암), 신장암, 전립선암으로 분류되며, 요상피종양은 남성에서 여성에 비해 3배 정도, 신장암은 남성에서 2배 높게 발생한다. 이들 비뇨기 종양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요상피종양의 수술 후 반복되는 재발과 병기의 진행은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또한 전립선암의 경우 경직장조직검사를 통한 전립선암의 진단이 확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진단율은 30-40%정도 밖에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어 조직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경우 반복적인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신장암에서도 재발이 될 경우 현재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요상피종양의 재발, 진행 등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초기에 적절히 알아낼 수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바로 시행할 수 있어서, 요상피종양의 재발 및 진행을 예방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요상피종양의 예후 및 생존율을 예측하는 데 있어 임상적인 지표 혹은 병리학적인 지표로는 이들 고위험 환자를 선별하는 데 있어 제한적이므로 다양한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전립선암을 진단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확립된 진단법은 없는 실정이다.
바이오마커의 발굴
1. 마이크로어레이 단일 분야에서 종양의 발암 요인 발굴 및 유전적 변화를 규명하고자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종양의 발병 원인은 다양한 유전자 및 단백질의 발현과 활성 이상에 의해 초래된 결과이므로 단일 유전자 분석을 통한 종양의 발암 요인 발굴 및 예후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종양은 다양한 임상 양상과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어, 질환의 발생 및 치료 효과에 대한 차이는 개인의 다양한 유전적 소인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림 1).
그림 1. 개인별 종양 진행 및 치료 반응의 다양성
암세포의 전이(metastasis)란 암세포가 원래 발생한 조직이나 장기에서 다른 조직이나 장기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며, 암세포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발생 장소에서 주변 조직을 뚫고 인근 혈관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이것을 침윤(invasion)이라 한다. 혈관에 도달한 암세포는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하게 되므로, 침윤과 전이는 암세포의 이동에 있어 밀접하게 연관된 현상이다. 이를 예측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추적 관찰 프로토콜을 제공하는 것이 맞춤의료의 근간이 될 것이며, 미래의학의 모습이 될 것이다.
종양의 발생, 침윤, 전이와 같은 기능적 측면의 정확한 분석을 위해, 기능별로 분류된 특이 유전자군의 탐색 및 발굴이 중요하게 대두됨에 따라 본 연구팀은 융합 마이크로어레이 기술 기반 유전자군을 발굴하고 비뇨기계 종양 환자의 예후 판정에 도입해 왔다(그림 2). 이 연구를 바탕으로 방광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유전자군을 발굴하였으며, 방광암 환자의 치료법 선택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2.본 연구팀이 시행한 대용량 유전자발현 프로파일 정보를 바탕으로 각 환자군의 특징을 살려 효율적인 유전자군 발굴
2. 후성학 (Epigenetic) 연구 종양은 유전적, 환경적, 사회적 원인 등 다양한 유발 인자에 의해 발생하며, 종양세포는 세포 본래의 항상성 조절에 관련된 주요 조절 인자들이 시스템 붕괴에 의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상태이다. 염기서열이 변화되는 돌연변이 (mutation)와 달리 메틸화는 DNA 염기 서열의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서 유전자의 조절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유전자의 기능 소실을 유발함으로써 암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게 된다 (그림 3). 후성학 연구는 주로 DNA 메틸화와 히스톤 탈아세틸화와 같은 기작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그림 3.프로모터 메틸화 바이오 마커
유전자 프로모터(promoter) 근처와 많은 유전자들의 시작 영역에서는 메틸화 및 아세틸화의 활성화 정도가 유전자의 기능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활성화의 조절은 유전자 기능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상된 종양 억제 유전자 중 회복 가능한 유전자의 기능 회복을 통하여 종양의 발생 및 진행 억제의 가능성에 대해 학술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위암, 폐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 많은 종류의 암에서 후성적 변이에 의한 종양 발생 및 예후와의 연관성이 보고된다.
유전자 프로모터(promoter) 주변의 활성화에 따른 유전자 기능 발현 조절에 관한 메틸화 연구는 종양 억제 유전자 기능 회복을 통한 종양의 발생 및 진행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많은 연구자들의 학문적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메틸화는 가역적이기 때문에 종양억제 유전자의 메틸화를 감지하고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 혹은 치료제의 개발은 암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환자의 생존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다. 본 연구팀은 RUNX3, RASSF1 등 종양억제 유전자의 비뇨기 종양에서의 가치에 대하여 연구하고 세계 유수의 저널에 보고하여 왔으며, 마이크로 어레이 기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유전자 발굴과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단을 할 수 있는 비침습적 테크닉을 이용한 진단법 개발에 힘쓰고 있다.
3. 조직 은행의 구축과 미래 의학을 위한 준비 본 연구팀은 병원, 실험실, 학교, 연구소 및 기업과의 원활한 협조를 바탕으로 비뇨기계 종양환자로부터 직접 채취한 신선한 조직, 혈액, 소변 등으로 구성되는 조직은행을 1996년부터 구축해 왔으며, 이들 시료로부터 RNA, DNA, 단백질 등을 추출하여 보관하고 있다 (그림 4). 또한, 10여 년 이상 시료가 축적된 비뇨기계 종양 환자의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통한 임상경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하여 비뇨기계 종양의 예후인자 분석,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어, 국내 및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센터로 자리 매김하고 있으며, 미래 사회의 맞춤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있고, 이를 실현하고 있다.
그림 4. 조직은행 구축
맞춤의료와 미래 의학의 모습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현실이다. 사실 “맞춤의료”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켜 내려오는 의술의 전통이다. 즉, 의사가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상대로 그 환자의 의학적 상황과 심리적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하는데 목적이 있다. 유전체학의 발달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환자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을 근거로 가장 효율적인 치료제를 선택하고, 용량을 결정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맞춤의학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다양하다. 체질을 파악하고 유전병을 미리 예방, 치료하여 건강한 삶을 제공한다. 성인병, 치매, 각종 암 등에 대해서도 획일화된 치료가 아닌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처방이 다르게 된다. 이로 인해 미래 사회의 의료 환경은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신 공학과의 협력 연구의 결과로 나노 로봇이 혈관 내 발암물질이나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재택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수술과 환자를 돌보는 로봇 또한 첨단화 된다. 우리가 상상만으로 그려 보던 세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고 있는 과학자, 의학자들에 의해 구현되고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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