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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13개 단과대학 릴레이 학술강좌 : 사회과학>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필수적인 능력은 무엇인가?
제 832 호    발행일 : 2011.05.01 
마음읽기 능력과 정서적 공감능력의 상호 영향에 따라 어떤 사회적 행동을 결정하는지에 관한 연구
사람의 행동이나 말, 얼굴표정에서 추론해내는 마음읽기 능력
또래를 괴롭히는 아동이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심리학과 김혜리 교수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정의하였다. 이는 인간다운 삶이란 혼자서는 얻기 힘들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인간은 가정, 직장, 동아리, 이익집단 등 다양한 집단을 구성하여 함께 살고 일하는, 즉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생활한다. 따라서 인간의 일상생활은 가족, 친척, 친구, 선후배, 이웃, 경쟁상대 등 거미줄처럼  엮인 연결망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때론 협동하고 때론 경쟁하면서 살아간다. 경쟁하거나 협동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얻음으로써 성취감을 맛보거나, 서로 따뜻한 감정을 교류함으로써 인간애를 느끼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상호작용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따뜻한 감정의 교류나 인간애를 경험하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톨이로 남게 될 수 있다.
 
1. 마음읽기 능력과 사회적 행동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를 말이나 몸짓 등으로 표현하는 의사소통 능력, 사회적 관습을 이해하는 능력, 적정 수준의 지능 등 다양한 능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삶이 다른 사람들과 때로는 협동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진행되는 만큼, 다른 어떤 능력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쟁 상대자가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주었다면 그 사람이 더 이상 경쟁하지 말자는 뜻으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아니면 이번에는 자신이 양보할 테니 다음에는 네가 양보하라는 뜻에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등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하며, 또 그러한 상대방의 의도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자신의 반응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이 행한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에 적절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행동을 그 사람의 마음과 관련하여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행동을 마음과 관련하여 이해하기 위해서는 ‘믿음, 바람, 의도와 같은 마음상태가 행동을 유발한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지식을 ‘마음이론’이라고 한다. 또 마음이론을 활용하여 행동에서 마음을 읽는 것을 ‘마음읽기’라고 한다.
마음읽기 능력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주장은, 사회적 능력과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어서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자폐아동이나 자폐성인이 마음읽기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더하여,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할 뿐만 아니라 무리의 성원들이 위계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침팬지와 같은 동물들이 상당히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한다는 관찰 결과도 이러한 관심을 부추겼다. 예를 들어 침팬지들이 정상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관계에 있었던 침팬지와 손을 잡아 연합하거나, 2인자 침팬지가 자신의 정상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침팬지와 가까이 지내지 못하도록 떼어놓는 간섭하기와 같은 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는데, 이는 침팬지가 행동을 마음과 연관시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2. 충북대 심리학과 인지발달 연구실에서 수행된 연구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불편을 느껴왔던 본인은 사회적 적응 능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사람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마음읽기능력이라는 주장을 접하는 순간 이 문제를 실증적으로 다루어보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느껴, 지난 10여 년간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여 왔다. 구체적으로는 마음읽기 능력이 높은 아동은 낮은 아동에 비해 친사회적 행동이나 또래 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더 적응적인지, 다른 사람과 친화적인 관계를 보다 쉽게 형성하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은지, 사회적 관계에 무관심한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에 비해 마음읽기를 못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마음읽기 능력과 사회적 능력 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첫 단계는 각 개인의 마음읽기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본 연구실에서는 마음읽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과제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마음은 인지적인 마음상태인 생각과 감성적인 마음상태인 정서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추론해야 하는 과제와 얼굴표정 사진에서 정서를 추론해야 하는 과제를 사용하여 마음읽기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행동이나 말에서 생각을 추론해야 하는 과제의 예로는 선의의 거짓말이나 실수로 한 말의 진의를 파악하는 과제가 있다. 선의의 거짓말 과제는 사실대로 말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쁠까 염려되어 의도적으로 말한 거짓말의 진의를 이해하는지 알아보는 과제로, 그 예를 그림 1에 제시하였다. 헛디딤 말(faux pas) 과제는 ‘상대방에 대해 특정 사실을 알지 못한 결과 실수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지 알아보는 과제이다. 예를 들어 남자같이 생긴 여자 아이에게 남자라고 말한 것은 그 아이가 여자아이인 줄 모르고 실수로 한 말이지 고의로 한 말이 아니었음을 이해하는지를 알아보는 과제이다.
표정사진에서 정서를 추론해야 하는 과제는 얼굴표정이나 눈표정 사진을 보고 사진 속 인물의 정서를 판단하는 과제로, 본 연구실에서는 32개의 한국어 정서어휘와 한국인의 성인얼굴표정 사진으로 표정읽기 과제를 개발하였는데 그림 2에 한 예를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과제를 사용하여 다양한 집단의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음읽기 능력을 측정한 결과 일반적으로 마음읽기 능력과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이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또래에게 인기 있는 아동 및 청소년은 거부당하는 아이보다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으며,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은 아동 및 청소년은 다른 사람을 돕는 등의 친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친밀한 인간관계 형성을 일반적으로 더 잘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았으며, 사회적 관계 형성에 결함에 결함이 있는 자폐아동 및 청소년은 일반 아동 및 청소년보다 마음읽기 능력이 더 낮았다. 그러나 그 관계가 항상 일관되게 나타나지는 않았는데, 가령 또래를 괴롭히는 가해아동이나 품행장애 아동은 정상아동에 비해 마음읽기 능력이 더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외국에서 수행된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동이라고 할 수 있는 또래를 괴롭히는 아동은 괴롭힘을 당하는 아동이나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는 아동에 비해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또래를 괴롭히는 공격성향이 강한 아동이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돕는 아동에 비해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다는 결과는 마음읽기 능력과 사회적 적응 간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괴롭힘이 어떤 상황에서 흔히 발생하는지를 고려해 본다면 괴롭히는 아동이 마음읽기 능력이 더 높다는 결과를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괴롭힘은 흔히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 발생하는데, 우월한 위치에 있는 아동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아동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끌어들여서(적어도 괴롭힘을 묵인하도록 조장하여서) 그들과 함께 특정 아동을 괴롭히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따라서 괴롭히는 아동은 다른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등 마음읽기를 잘해야만 효과적으로 괴롭힘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읽기 능력이 친사회적 행동이나 친밀한 또래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남을 괴롭히는 행동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적응을 설명하는 주요 변인으로서의 마음읽기 능력은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따라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러한 능력을 바람직한 사회적 목표에 따라 활용하는 사람과 바람직하지 않은 목표에 따라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념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한 후 그 생각과 감정을 마치 자기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능력, 즉 정서적 공감능력일 것으로 생각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나도 똑같이 인식하고 느낀다면, 옳지 못한 목적을 위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조작하고 활용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어려움을 해소하거나 완화해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3. 앞으로의 연구과제
마음읽기 능력만으로는 사회적 행동을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앞으로의 연구는 마음읽기 능력과 정서적 공감능력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쳐서 사회적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읽기 능력과 정서적 공감이 모두 필요한 것인지, 마음읽기 능력이나 정서적 공감 능력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사회적 행동에 어떤 차이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마음읽기는 잘할 수 있어서 고통받고 있는 아이를 보고 그 아이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정서적 공감이 되지 않아서 그 아이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아이를 위로하기보다는 냉담하게 대하거나 아니면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 아이를 괴롭힐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어 괴롭힐 수도 있을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마음읽기는 잘하지 못하지만 정서적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우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슬픔을 내가 느낄 수는 있지만 상대방이 진정 슬픈지 또 왜 슬픈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므로, 적절한 방법으로 상대방의 슬픔을 달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음읽기와 정서적 공감이 모두 되지 않을 경우는 고통받는 아이를 보고도 그 아이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모를 뿐만 아니라 그 아이의 고통이 느껴지지도 않으므로, 그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당연히 들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는 다른 아이가 감정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상태라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는지 검증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음읽기 능력과 정서적 공감 능력이 각각 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낼 수 있다면, 다양한 행동문제와 적응문제를 보이는 아동의 교육과 치료에 대한 방향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부적응을 보이는 집단은 마음읽기 능력과 정서적 공감능력 중 손상된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날 것인데, 이는 역으로 부족한 차원의 능력을 심리적 중재를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면 사회적 행동의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다른 아이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끌어들여서 그 아이들과 함께 특정 아동을 괴롭히는 행동을 주도적으로 하는 아동이 마음읽기 능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정서적 공감에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아동에게는 정서적 공감 능력을 높이는 중재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중재 프로그램이 실제로 부적응 문제를 감소시키는지 그 효과검증 또한 앞으로 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이 얻어지는 날, 사회적 능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가 라는 나의 오랜 의문은 더 이상 의문으로 남지 않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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