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제품 컨셉트나 이질적 기능들을 융합해 단일 제품에 구현하는 ‘컨버전스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융합 현상은 모바일 산업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모바일 컨버전스와 관련하여 국제경영학과의 송영욱교수와 함께 연구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바일 컨버전스
모바일 컨버전스는 통상적으로 휴대기기에 새로운 기능(카메라 혹은 MP3 플레이어), 서비스, 미디어 등이 융합되는 현상을 뜻한다. 모바일 컨버전스는 복수의 서로 다른 기능과 서비스가 휴대기기에서 구현된다는 점에서 편의성 측면의 경쟁 이점을 갖고 있다. 현대인들의 특징이 이동성을 중시하고, 자율성과 글로벌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바일 컨버전스에 거는 기업들의 기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기대만큼 쉽지 않다. 한 예로,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2006년 2월 야심차게 시작한 ‘Mobile ESPN 사업을 7개월 만에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고가의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기대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또 다른 실패 사례를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기에 개발된 개인휴대정보기(PDA)다. 전자수첩 기능과 컴퓨터 기능을 결합한 PDA는 영화 ‘스타트랙(Star Trek)’에 등장한 미래형 정보기기로 여겨졌다. 1980년대 PDA가 첫선을 보이자 많은 사람들은 손바닥에 쥘 수 있을 만큼의 작은 휴대기기에 열광했다. 손 안에서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는 과학적 상상이 현실에서 이뤄졌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식었다. 그 이유는 개발업체들이 소비자의 과학적 상상력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PDA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키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 PDA는 기술적으로 많은 결함을 노출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 실패 사례는 모바일 컨버전스를 통해 기대한 만큼의 성공을 얻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내놓은 컨버전스 제품과 서비스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시장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컨버전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모바일 컨버전스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바일 컨버전스 산업도 그 성과가 기대한 만큼 높지 않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저서 ‘가치이동(Value Migration)’에서 ‘가치는 뒤떨어진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객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항들(customer priorities)을 더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주식 시장가치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을 제안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2’이상이면 매우 좋다고 볼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통신사업자의 가치이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이 기대한 수준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가치는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2009년보다 하락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 컨버전스가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적 접근을 취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모바일기기에 서비스 혹은 솔루션을 융합하는 전략, 또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다음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는 전략, 혹은 모바일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스마트 기능을 융합한 전략 등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일률적인 소위 “one-size-fits-all(하나의 방식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 전략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해클린은 정보통신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버전스의 단계와 기업의 성숙도(예, 기업연수)에 따라 적절한 컨버전스 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컨버전스 단계를 지식융합(knowledge convergence)단계, 기술융합 (technological convergence) 단계, 융합기술의 응용(applicational convergence) 단계, 산업융합 (industrial convergence)단계로 구분했다. 또한 기업 성숙도에 따라 신생 기업 (entrant), 기존 기업(established)으로 나눴다. 그리고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각의 기업군별로 컨버전스 단계에 따라 4가지 컨버전스 전략 - 개척 전략(pioneering disruptors), 공격 전략 (vertical attackers), 플랫폼 구축 전략 (platform consolidators), 레버리지 전략(reincarnating giants)을 제안했다.
해클린이 제안한 컨버전스 전략모형은 모바일 산업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업력이 짧은 중소기업은 ‘개척 전략-공격 전략’의 순서로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컨버전스가 일어나는 초기 단계에서, 탐구적 학습을 통하여 새롭게 출현하는 플랫폼(새로운 서비스 혹은 솔루션 제공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토대), 그리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들 간의 차이점과 갈등 현상을 관찰하여 틈새를 발견하고 여기서 필요한 능력을 개발하는 개척 전략을 추구한다. 그 다음 컨버전스 단계가 성숙단계로 들어서게 되면, 틈새에서 축적한 기술과 능력을 활용하여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공격하는 공격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한편, 업력이 긴 대기업은 컨버전스 진화 단계에 따라 ‘플랫폼 구축 전략-레버리지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컨버전스 진화 초기 단계에서는 기술적으로 누구도 모방하기 힘든 플랫폼을 구축하고 보완 자산(complementarity assets)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플랫폼 구축 전략을 추구한다. 다음으로 산업간 융합단계까지 컨버전스가 진행되면 이전에 구축한 플랫폼, 보완자산, 명성 등을 지렛대로 삼아서(leveraging)시장의 욕구를 충족시켜 수익을 거두는 레버리지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애플의 컨버전스 전략
애플이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 등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자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컨버전스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이 음악재생 산업에 진출한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 경험이 일천한 신생 기업과 다름이 없었다. 이미 MP3 플레이어 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에서도 음악 콘텐츠 시장 등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MP3플레이어가 활용될 수 있도록 보완자원인 콘텐츠가 구비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애플이 MP3플레이어와 음악 콘텐츠를 융합한 아이팟을 개발한 것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간의 갈등(MP3 플레이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음악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공격하는 개척과 공격 전략의 특징을 모두 보여 주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 특성은 아이팟의 사례와는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을 개발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자체적으로 아이폰과 유사한 PDA를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한 플랫폼 구축 전략과 레버리지 전략의 특성과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은 기존에 축적한 기술 자원(아이팟과 PDA의 OS 기술, 애플의 핵심역량인 디자인 기술, 아이튠스의 애플리케이션 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아울러 외부로부터 보완 자산(예, 앱 스토어 등)을 확보해 강력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신, 컴퓨터와 서비스/솔루션이 융합되는 컨버전스 초기 단계에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중에는 이를 활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레버리지 전략적 특성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모바일 컨버전스 전략을 상황에 맞게 달리 적용하는 애플의 현명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컨버전스 산업의 영향과 추이
오래전에 피터 드럭커 교수는 철도 산업의 생성으로 가장 크게 혜택을 수혜한 기업이 철도 산업의 중심에 있는 기업(예를 들면, 열차 제조 기업 등)이 아니라, 의외로 철도 산업의 활성화로 파생된 관광 및 여행 산업 기업임을 밝힌 바 있다. 모바일 컨버전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모바일 컨버전스의 최대 수혜는 정보통신 기업이 아니라 이것이 파생시키는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기업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통 오프라인 기업에게도 기회가 있다.
모바일 컨버전스 산업은 앞으로도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각종 규제의 완화, 기술 하부구조의 급속한 발전, 소비자들의 모바일 컨버전스에 대한 긍정적 태도 등의 영향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 빨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전략은 기업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의 관심(attention)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상황적 접근이 필요하다. 애플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컨버전스 단계와 기업 성숙도를 고려해서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의 투자 방향을 지혜롭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서 남들도 다 따라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가정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소비자들에게 감추어진 깊은 욕구를 발굴하여 이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탐구적 학습 전략을 조직적으로 전개해 나간다면, 모바일 컨버전스를 선도하는 진정한 챔피언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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