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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학의 지식창조와 교육에 대한 소고
제 837 호    발행일 : 2011.10.03 


백기엽(원예과학과 교수)
 
과학을 뜻하는 Science는 지식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Scientia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나는 안다(I know)라는 의미의 접두사 scio-에서 나왔다. 따라서 Science나 Scientia는 체계적으로 정확히 기록된 지식을 일컫는 것으로 대학은 이러한 축적된 지식을 학습이란 과정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다방면의 과학이 통합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교육과 연구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이고 보완적일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대학이 본래 지니고 있는 지식창조의 산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구 없이 교육에만 치중하는 것은 경험적 지식을 전달하는 중고등학교와 같은 학습 기관이지 지식을 만들어내고 발전시키는 과학적 의미가 부여된 대학은 아니다.

20-30년 전만 해도 허무맹랑하고 공상소설이나 공상영화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현대사회에서 사실화되는 것은 과학기술 발전 때문이며 끊임없이 신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제공한 대학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국력이 나누어지며 자연의 신비에 대한 인간의 아름다운 감성이 과학적 사실로 증명됨으로 인해서 오히려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이태백이 놀던 달아”, “계수나무 토끼 한 마리” 와 같은 달을 중심으로 많은 노래와 시들을 더 이상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왔고 문학적 감성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은 놀라울 정도로 예측 가능한 궤적을 따라 간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너무나 빠른 속도로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1960년대 중반 반도체의 집적기술은 18개월 단위로 증가하여 5년 후 10배, 10년 후 100배, 15년 후 1,000배가 증가된다고 예측한 고든 무어의 법칙이나 1990년대 중반 유전자은행에 축적되는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가 무어의 법칙과 동일하게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몬산토의 법칙은 기술은 발전할수록 그 발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커즈와일의 미래예측에 의하면 살을 빼고 싶다고 굶지 말자. 10년만 참고 기다리면 마음대로 먹어도 살이 안찌는 약이 나온다. 지구 온난화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 태양광 에너지는 5년 안에 화석연료와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20년 안에 모든 에너지는 청정원료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21세기 중반까지 살아 있다면 나노기술과 유전공학, 기계의 힘을 빌려 불로장생을 꿈꿀 수 있다고 예측하였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예측을 비난하지만 핑크빛 미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토인비가 말한 것처럼 과학기술의 개발은 개발만 되면 금방 보편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1976년 영국에서 처음 시험관 아기 브라운 양이 출산되었을 때 전 세계가 놀라고 극찬하였으나 지금은 동네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가능한 기술이 되었다, 이와 같은 기술의 보편화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지적 개발과 학문간 융합 및 영역의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지식창조를 위한 창의성의 개념과 발현단계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대학의 학습 조직이란 선행적으로 지식을 창조하고, 습득하고 변환시키며, 이렇게 얻어진 새로운 지식과 통찰력에 바탕을 두고 조직의 행동을 변화시켜나가는 조직이다. 따라서 대학이란 구성원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갈 수 있고, 서로의 열려진 사고의 유형들이 존중되고 배양되며, 집단적 열망이 표출될 수 있는, 그리고 어떤 것이 학습인가를 지속적으로 배워나가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즉 학습과 지식창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창의성 계발을 위한 동기 부여 방안으로는 독립성, 개인주의, 자아의식과 자기신념이 강한지 등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야 하며, 창조적 천재 모형에는 방임전략도 필요하다. 또한 공정 보상이나 지위 보장, 인센티브 등을 통한 사회 경제적 보상 모형을 도입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동기 부여가 되면 창의성의 발현은 영감(Inspiration), 인내(Perspiration, 열심히 일함), 문제와 함께 생각하고 잠이 드는 잉태(Incubation)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열정이 가미됨으로써 발현(Illumination)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 지식변환은 조직에서 지식을 획득, 공유, 표현, 결합, 전달하는 창조 프로세스와 메커니즘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암묵지(Tacit Knowledge, 학습과 체험을 통해 개인에게는 습득되어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머릿속에 존재해 있는 지식으로 언어나 문자를 통해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내기 힘든 지식)와 형식지(Explicit Knowledge, 문서나 매뉴얼, 교과서, 대학전공서적, 비디오와 같이 어떤 형태로든 형식화된 형태의 지식)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지식변환이 일어난다.
노나카교수의 지식변환에 대한 4가지 유형을 보면 1)암묵지에서 암묵지로 변환하는 사회화(Socialization)과정. 2) 암묵지에서 형식지로 변환하는 외부화(Externalization)과정  3) 형식지에서 형식지를 얻는 종합화(Combination)과정. 4)형식지에서 암묵지로 변환하는 내면화(Internalization)과정이 있다. 이와 같은 지식 창조와 변환 과정을 응용하여  정체불명의 미래를 붙들고 씨름하는 교수 및 학생집단에 날카로운 통찰력과 예지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학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등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류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은 지식혁명시대로 간다고 하였다. 그의 저서 “권력이동” 에 의하면 시대가 이동하고 권력이 이동하면 교육이 이동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 준다. 즉 교육의 초점이 초중고의 입시 위주에서 대학으로 이동할 것이고 새 시대의 교육의 기본 바탕은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임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단어는 깊은 의미를 파악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수단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토론이나 정책에 유행어처럼 별의미없이 사용되는 하나의 장식어가 되어 버렸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다양화 측면에서 보면 90년대 중반 상당한 혼란을 야기한 학부제 문제를 들 수 있다. 학부제는 유사한 학과들이 서로 통합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과 진로의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학부제는 다양화라는 측면보다는 획일적으로 정책 반영의 한탕 위주로 밀어붙여 목표와 방법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혼란만 야기하였다. 자율화의 측면에서 보면 특성에 맞게 학부제를 실시하는 대학과 하지 않는 대학이 있어야 하는데 인센티브를 미끼로 하여 다양화를 획일적으로 끌고 가려는 모순 때문에 실패하였다.
교육이동이 대학에 요구하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발행된 “Reinventing Undergraduate Education : A Blueprint for America’s Research Universities” 에 의하면 연구중심대학에서도 학부교육을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혁신을 위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하바드 대학에서는 매년 200명 이상이 자신의 강의하는 모습을 찍어 교육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교수들이 교육에 이처럼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연구와 강의가 서로 이분화되어 배타적 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교육이동의 또 다른 이유는 새 시대에는 대학에서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지식생산자를 배출해야 될 의무가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교수가 알고 있는 지식을 강의를 통해 조금씩 전달하는 교육은 학생을 지식소비자로 만드는 구시대 교육이다. 교수는 지식과 학생 간에 지식도매상 역할에서 탈피하여 지식 생산자를 배출해야 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식 생산자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연구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발견하는 창의성에 바탕을 둔 논문을 발표하여야 하고, 학제 간 연구나 지식연계 등을 통한 여러 지식을 종합화하고, 이들을 응용화할 수 있는 정보능력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만으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재학기간 중 질 높은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교수가 몇 과목을 강의하고 학생 몇 명이 수강하느냐를 교육 가치로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새 시대에는 학생이 지식을 발견하고, 응용하고, 종합화할 수 있도록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도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식창출=연구=교육’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연구는 돈을 투자해서 지식을 창조하는 것이고, 교육은 학생이 학습을 통해 전수받은 지식으로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식창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국의 대학 조직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에서는 경쟁력이라는 단어가 너무 왜곡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온 나라를 경쟁의 도가니로 몰아세우고 있는데, 경쟁력이란 나타나는 결과이지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은 절대 아니다. 경쟁력은 결과이고, 그 결과를 얻기 위한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지 개개인이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서는 위험하며 협력이 잘 되지 않는 이유를 교수들의 이기주의에서 찾는 것 역시 사회적 현상의 원인을 개인에서 찾는다는 의미에서 큰 잘못이다.

결론적으로 지식사회를 구성하는 대학은 혁명적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고 쓸모없어진 지식,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오는 쓰레기 지식을 구분해야 한다. 토플러는 이를 쓸모없다는 뜻의 ‘obsolete’와 지식이라는 뜻의 ‘knowledge’를 결합한 신조어 압솔리지(obsoledge)라고 부르며 무용지식을 걸러내는 능력이야 말로 미래의 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속도가 기업은 100마일인데 비해 정부는 25마일, 교육시스템은 10마일에 불과하다며 기업은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반면 정부와 교육시스템은 20세기 대량생산시대에 머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한 사실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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