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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교육학 <대학평가 : 동향 쟁점, 그리고 방향>
제 839 호    발행일 : 2011.10.30 


나민주 교육학과 교수
 
명문대학이란 어떤 대학일까?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평가가 확대되면서 각 대학들은 대학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대학평가가 법제화·의무화되고, 재정지원, 구조개혁 등에 평가결과가 직접적으로 활용되면서 대학평가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대학 내에서도 단과대학, 학과, 부서 단위로 각종 평가가 주기적으로 시행되고 그 결과를 대학 내 인적, 물적 자원 배분에 반영하면서 이제 대학평가는 전체 대학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대학평가의 동향
대학부문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기점검기제로써 평가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은 20세기 초반부터 대학 간 협의체를 중심으로 평가인증제를 시작하였고, 1980년 이후 선진국들은 국가차원에서 질 관리를 목적으로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발족과 함께 대학평가(종합평가, 학문영역평가)를 시작하였다. 초중등교육이나 다른 공공부문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평가제도가 본격화된 것에 비하면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사회적으로 자율성과 권위를 인정받아온 대학은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성을 확보해야 하므로 대학평가가 필수적이다.
대학평가는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된다. 평가주체에 따라 정부주도형과 비정부기관주도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정부기관주도형은 다시 비영리기관에 의한 평가와 영리기관에 의한 평가로 나눌 수 있다. 활용자와 활용목적을 기준으로 외부기관인증, 자체평가, 소비자 정보제공, 정부정책지원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1980년대부터 실시된 대학평가는 자율평가의 성격이 강했으나, 2007년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에 대학평가조항이 신설되고, 관련 법령이 제정되면서 대학평가·인증제가 도입되고 대학자체평가, 외부 대학평가·인증, 대학평가·인증기관에 대한 정부인정제가 도입되었다(그림 1 참조).

기관평가인증제는 대학 전반에 관한 평가로써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평가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프로그램 평가인증제는 학문분야별로 전문인증기관에서 실시하는 평가로서 고등교육기관의 프로그램 또는 학문분야별로 기본요건을 충족하는지 평가하여 인증 후에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의학, 치의학, 한의학, 간호학, 경영학, 무역학, 공학, 건축학, 교원양성기관 등에서 시행중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에서 BK21, WCU,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지원대상대학을 선정하기 위해 사업별로 평가를 시행하였다. 언론기관에서도 관련지표나 평판도 등을 활용하여 대학순위를 발표한다.
국제적으로 보면, 최근 대학평가에서는 산출, 성과, 국제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먼저 투입중심에서 산출 및 성과중심평가가 강화되고 있다. 주로 교수진 구성, 도서관 장서수, 교육지원시설, 교육재정과 같은 교육여건 혹은 투입변인이 핵심지표로 다루어져왔으나, 근래 들어서는 투입과 더불어 산출요소들이 중시되고 있다. 산출요소 가운데 학생학습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OECD에서는 대학생 학습성과 국제비교를 위해 AHELO(대학생 성취도 평가)사업을 추진중이고, 미국에서는 NSSE, CSEQ, FCYS 등을 통해서 학습과정을 조사한다.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고등교육의 경쟁력 확보와 질 보장, 상호 학점 및 학위 인정을 위한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리스본 협약, 볼로냐 선언, UNESCO/OECD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인 예다.
 
대학평가의 쟁점
평가목적 간 상충가능성 및 개념적 모호성
대학평가는 자기점검, 발전전략의 수립과 같은 대학차원의 목적; 책무성 확보,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같은 국가사회적 목적; 그리고 특성화, 국제경쟁력 강화, 지원대상 선별과 같은 정부정책적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러한 목적들은 상충될 수 있다. 예컨대 평가인증제의 경우, 최저기준 이상 보증한다는 점이 중요하나, 평가결과를 정부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학선별을 위한 목표기준, 과정통제기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평가목적을 국제경쟁력 강화에 둔다고 할 때, 국제적 수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현재 일부 언론기관이 제공하는 대학순위나 SCI 등에 의존해서 한국 대학의 경쟁력 수준을 판단하고 있으나 그 타당성이 낮다.
평가주체: 정부, 비정부기구, 대학의 관계
대학평가주체는 정부, 대학협의체, 민간기구, 독립평가기구 등이 있다. 각기 장단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에서는 정부 또는 평가전담기구가, 미국에서는 대학협의체가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국공립대학 중심으로 공공분담이 큰 유럽의 대학교육체제와 민간부분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대학교육체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추진하기도 하였으나, 현행 법령에서는 정부가 대학을 직접 평가하지 않고 평가인증기관을 인증하고, 각 대학은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인증기관에 인증신청을 하면, 인증기관이 대학평가 및 인증업무를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과 그동안 대학평가를 담당해온 대학협의체의 전문성을 중시한 것이다.
평가 범위 및 내용: 체제적/초점을 둔 접근
대학평가에서는 체제모형을 기반으로 투입-과정-산출의 모든 측면에서 주요지표를 망라함으로써 전반적,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이 지향하는 목표달성에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반드시 필수적이고 모든 대학이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지향목표, 교육과 연구 혹은 산학협력의 비중과 내용은 대학마다 차이가 있고, 운영여건과 전략도 대학 규모와 위치, 위상 등에 따라 달라진다. 평가의 범위와 초점이 무엇인지도 문제다. 초점이 ‘교육’의 질 보장에 있는지, 아니면 대학운영 전반을 평가하는지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대학평가(인증)는 교육활동에 초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가방법: 정량/정성평가, 상대/절대평가
평가방법의 측면에서는 계량화, 상대평가가 논쟁의 초점이다. 평가지표 구성방법은 크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구분된다(그림 2 참조). 최근 대학평가에서는 정성평가보다는 정량평가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언론기관에서는 거의 100% 정량화된 지표를 활용하여 대학순위를 내고, 대학자체평가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정량지표에 의존하여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175개 지표를 모두 정량지표로 구성한 대학도 있다. 계량화된 평가지표는 분명한 목표 설정과 객관성 확보에는 장점이 있으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절대평가보다는 상대평가에 의해서 평가등급을 설정하거나 점수를 부여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상대평가는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고 우수한 여건을 갖추고 성과를 보이는 대학을 선별할 수 있으나, 대학간 과열경쟁을 초래하고 대학 간 사소한 편차를 확대 해석하는 도토리 키재기 식 평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관련지표를 보면, 정규분포를 보인 지표는 소수에 불과하고, 상당수 지표들이 양극화형, 다극화형이거나, 8:2형, 군소형 등으로 편포를 보이고 있다(그림 3 참조). 소수의 우수대학을 제외하면 대학간 격차가 거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의 경우, 모든 지표값을 상대평가인 T점수로 전환하여 점수를 부여함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어느 정도 노력해야 순위가 올라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구조조정대학의 경우, 계량지표를 활용하여 상대평가에 의해 하위 15%를 그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국립대의 경우 규모에 따라 대규모와 중소규모로 구분하여 그 안에서 상대평가함으로써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대학평가의 발전방향
첫째, 대학운영에 관한 포괄적 평가방식(system approach)에서 탈피하여 대학별 상황적합성이 높은 항목들로 좀더 간명하게 평가내용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제화되어 있는 기관평가인증제의 경우, ‘교육’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과 관련된 평가요소로 평가인증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좋다.
둘째, 평가 방법면에서 지나친 계량적 접근과 상대평가를 지양해야 한다. 많은 지표에서 대학별 분포가 편포되어 있는 상황에서 상대평가에 의해 순위결정하는 방식은, 의미없는 작은 차이에 의해 대학순위나 재정지원액이 결정되고, 대학 간 불필요한 경쟁을 조장하며 결과적으로 고등교육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상대서열보다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국제경쟁력에 관한 규범적 논의와 개념화를 바탕으로 평가등급이나 급간 점수를 부여하는 절대평가를 확대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평가’라는 용어보다는 미국의 US News & World Report와 같이 ‘대학순위’(ranking)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종합순위발표를 통해 대학을 서열화하기보다는 지표별로 원점수와 순위를 함께 발표함으로써 소비자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부가가치 및 효율성의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영역별, 지표별로 대학을 비교하고, 그  점수를 종합하여 순위를 내는 총합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각 대학이 주어진 여건에서 효율적 운영을 통해서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는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성장·발전시키고 있는지다. 책무성의 관점에서도 ‘우수한 학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보다는 ‘학생들을 얼마나 성장시켰나’라는 종단적 비교점수가 대학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지표가 되어야  한다.
넷째, 대학평가결과를 정부행·재정지원과 연계활용하는 경우 지원금 규모와 대상, 선정기준 및 절차, 평가방법 등을 관련법령에 명시하여 예측가능성과 제도운영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매년 새 평가를 통해 지원대상을 선정하기보다는 대학평가인증제와 연계하여 주기적 평가(4년 내외) 결과를 활용하여야 대학이 중장기적 발전계획 및 투자전략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대학의 적극적 노력이 중요하다. 미국의 명문대 재학생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한 조사에 의하면 대규모 강의, 만나기 어려운 교수 등으로 불만이 많고, 오히려 젊은이들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작은 대학들이 더 많다고 한다. 명문대학이 되는 데는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경쟁대학 ‘따라잡기’, 외국 명문대학 ‘따라하기’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학자체평가가 지나치게 재정지원사업이나 언론기관의 순위발표에 대응하여 이루어질 경우 비전과 목표 달성, 특성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대학이 변화될 수 있다. 어떤 대학이 되려고 하는가에 관한 성찰과 합의를 바탕으로 대학의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그에 적합한 자체평가모형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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