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만(식물의학과 강사)
서론 - 양봉학
누구나 벌꿀은 꽃과 식물로부터 꿀벌이 성실히 꽃꿀과 화분을 모아 저장해 놓은 것으로 달달하고 맛있으며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꿀벌은 사람들에게 꿀을 제공하여 중요한 경제적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사육을 하게 되었고, 프로폴리스, 밀납, 봉침 등 유익한 다양한 산물 또한 제공하는 산업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자원이다. 공익적으로도 꿀벌은 작물의 화분을 매개하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 양봉학은 바로 꿀벌의 생태와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배우고 양봉의 가치를 크게 늘리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양봉학 지금 그 끝을 모르는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꿀 채취의 시작 그리고 양봉
지구상에 일억 오천 년에서 일억 년 전에 현화식물이 출현하면서 꽃꿀과 화분(Nectar and pollen)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천만 년에서 천만 년 전에는 사회성 벌들이 출현하여 꿀을 생산하고 저장하기 시작하였다. 인류는 아마도 출현과 동시에 수백만 년 전부터 생존을 위하여 사냥을 하거나 나무열매를 따다가 바위 틈 등에서 자연의 꿀을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러다가 인위적으로 사육이 가능해졌을 것이다. 기록상으로는 약 BC 6,000년 전부터 스페인, 남아프리카, 이집트, 인도 등지에서 높은 절벽을 타고 올라가 벌꿀을 따고,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을 오르내리며 꽃을 찾아 이동양봉을 하였다. 또한 꿀의 수확증대를 위해 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벽화가 남아 있기도 하다. 벌을 키우는 양봉(Beekeeping)의 시작은 정확히 모르지만 꽃을 찾아 이동하면서 꿀 수확을 하였다는 이동양봉의 기록으로 보아 이 시기 이전에 양봉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BC384)는 양봉에 관한 많은 것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는 유리로 된 벌통을 만들어 꿀벌의 생활, 사회조직 등을 연구하여 꿀벌의 사양법과 꿀·밀랍의 생산, 꿀벌의 병(부저병)에 대해서 기록하였다. 또한 꿀벌은 한 비행에서 다른 종류의 꽃들은 방문하지 않고 한 종에만 머무른다는 것을 최초로 기록하여 꿀벌의 방화활동(Pollination; 화분매개)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로마시대에는 다양한 재료로 원통 또는 방형의 벌통을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이 시기에 벌통유지와 밀랍, 프로폴리스에 대해서 저술되었다. 그러나 로마가 쇠락의 길로 가면서 중세시대까지 양봉학은 발전이 없었다.
17세기 이후, 스왐머담(Swammerdam), 후버(F. Huber), 지어존(J. Dzierzon), 랑그스트로스(L. Langstroth), 메헤링(J. Mehering) 등이 양봉학을 다시 발전시켰다. 그 중 랑그스트로스(L. Langstroth)가 꿀벌의 활동공간(Bee space)에 대한 연구와 현대식 벌통(Hive)을 고안하면서 양봉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였다.
꿀벌의 종류와 이동
집단생활을 하는 꿀벌 중 경제적 가치가 있는 종으로 동양종과 서양종으로 종류를 구분하지만 동양종은 서양벌보다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며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 분포한다. 서양종은 유라시아 지역을 원산지로 보나 우수한 벌종을 키우기 위하여 선발육종과 교배육종으로 그 구분이 모호해졌고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높다. 꿀벌이 중요한 자원이다 보니 사람들이 이주를 할 때 벌통을 함께 가지고 다녔으며, 유럽 이주민들은 꿀벌이 없었던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꿀벌을 함께 이주시켜 현재는 극지방을 제외한 모든 지방에서 사육 할 정도로 전세계로 퍼지면서 서양벌이 세계 표준벌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주몽 때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동양종 꿀벌(Apis cerana)이 들어와 양봉을 시작하였고 삼국시대에 일본까지 보급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사봉이라 하여 사찰에서 관리하는 중요한 자원이었으며, 주요 수출품으로도 기록이 되어 있다. 서양종(Apis mellifera)은 일제강점기에 독일인 선교사가 이탈리안 종을 들여왔다. 현재 국내는 동양종과 서양종의 봉군 비율이 약 3:7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일부 지역에서는 동양종과 서양종을 같이 사육하기도 한다. 현재 전세계의 봉군 수는 약 6천6백만 정도이며 꿀 생산량은 아시아 > 유럽 > 중남미 순이다.
꿀벌의 가르침
꿀벌을 관찰하다 보면 꿀벌은 꿀을 제공하여 주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친근한 존재이다. 꿀벌의 가르침을 보면
1) 사회성
꿀벌은 사회성이 아주 높은 곤충이다. 꿀벌은 한 마리씩 독립적으로는 생활할 수 없고 집단을 구성하여 생활하는 곤충이다. 한 봉군(Bee colony)에는 한 마리의 여왕벌(Queen)과 수벌(Drone), 그리고 수천 마리의 일벌(Worker bee)로 계층이 나누어지며 형태뿐만 아니라 그 역할이 고도로 분업화되어있다.
여왕벌은 한 봉군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으며 일벌보다 체구가 크고 일생 동안 산란(Laying eggs)을 하며 산다. 수벌은 여왕벌과의 교미가 그 주요역할이다. 일벌은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성충 연령에 따라 벌통 내외의 청소, 육아, 꿀과 화분의 저장, 밀납(Beeswax)분비 및 벌통경계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된 일을 한다. 특히 여왕벌이 분비하는 페로몬으로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하며 일벌의 우화(羽化: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후 일수에 따라 세분화된 일을 정해주는 고도로 분화된 사회체제이다.
2) 근면 성실성
꿀벌은 성실하고 근면하다. 꿀벌은 벌통에서 4km반경까지 날아다니며, 1회 30〜60mg의 꽃꿀을 운반하는데 하루에 40〜50회 꽃을 찾아다니며 꽃꿀과 화분을 수집한다. 1kg의 꿀을 모으기 위해서는 지구 한 바퀴를 비행하며, 그 과정에서 식물의 수정을 도와 지구 생태계 다양성에 기여한다.
3) 청결과 협동성
꿀벌은 청결과 협동을 강조한다. 벌이 자주 드나들어 쉽게 오염원이 침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청소를 하고 서로 협동한다. 벌집을 지을 때 활용하는 천연항생물질인 프로폴리스(Propolis)로 세균 등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여 청결을 유지한다. 일벌은 하루에 1,300회 이상 애벌레 방을 방문하며 꿀벌 한 마리를 기르는 데 약 2,800 마리의 일벌이 참여하여 애벌레를 키운다. 또한 말벌이 침입했을 때 수백, 수천 마리 일벌이 말벌을 둘러싸서 열을 내어 말벌을 퇴치하는 협동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4) 의사소통
꿀벌은 민주적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여왕벌이 다스리는 군주사회처럼 보이는 꿀벌사회는 실제로는 고도의 역할분담에 의한 민주사회로서 각자의 임무와 역할이 분명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다. 그러한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한 몸짓과 페로몬을 이용한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어 일벌들은 여왕벌이 알 낳을 자리, 분봉 시기 등을 합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또한 꿀벌은 춤을 통하여 봉군 밖의 밀원의 위치를 동료에게 전달한다. 원형춤은 100m 이내에 밀원의 존재를, 꼬리춤은 100m 이상 떨어진 밀원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다. 꼬리춤에서 8자를 그리는 동안 꼬리를 흔드는 횟수가 많을수록 거리가 가깝다는 뜻이다. [그림3]
5) 희생정신
꿀벌은 희생정신이 강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여름에 봉군 안이 더워지면 서로 날개짓(Fanning)을 통하여 봉군 안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또한 늙은 일벌들은 외적이 침입하면 일생 동안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무기인 벌침을 이용하여 벌통을 지키며 적의 침입에 대응하기도 한다.
다양한 양봉산물과 가치
1) 산업적 가치
기존의 꿀벌산업은 꿀, 화분, 로열제리, 밀랍 등의 생산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기술의 발달로 프로폴리스, 봉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벌꿀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로열제리의 약용 성분이 부각되며 관련 연구 및 산업화가 활발하다. 벌에서 얻는 천연항생물질인 프로폴리스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항균작용을 보유하여 다양한 상품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봉독은 관절염 치료제와 항균작용을 지닌 화장품 등으로 개발되고, 꿀벌의 생태적 습성과 벌집 등은 생체 모방을 위해 중요한 소재가 된다. 미국에서는 꿀벌의 화분매개산업이 발달하였고, 뉴질랜드는 마누카꿀 로 기능성 꿀의 명품화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도 화분매개산업 활성화를 위한 곤충자원산업화지원센터를 건립하는 등 꿀벌에 대한 연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 공익적 가치
하지만 그보다 꿀벌이 갖는 생태적 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아주 중요하다. 그 의미는 현재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중 71%가 꿀벌에 수정을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농작물 수분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약 6조원으로 평가된다. 유럽에서는 꿀벌을 비롯한 다양한 농림업 생물자원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단위로 환산한 결과 꿀벌의 경제적 지위는 3위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양봉은 공익적으로 그 가치가 매우 중요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양봉산업의 지원 및 육성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꿀벌의 질병
꿀벌의 유지가 중요함에도 꿀벌산업에도 위기가 오고 있다. 2006년도에 미국에서 꿀벌들이 갑자기 없어지는 원인 모를 증상이 나타나 꿀벌의 수가 약 25~40% 감소하였고 유럽과 남미를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서 다발적으로 ‘봉군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 확산되었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 토종벌이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 질병에 감염되어 약 75% 이상이 폐사하기도 하였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과 동물이 죽고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는 경고의 메시지처럼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규명과 범세계적인 대책 마련에 관한 연구가 시급하다.
결론
우리는 양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양봉을 하나의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꿀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첫째, 양봉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법률 마련과 산업인프라를 구축하고, 인력 확보를 위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양봉산업의 가치 창출과 영역 확대를 위한 연구투자를 강화하고, 우리의 강점분야에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세계 브랜드화 해야 한다. 셋째, 벌꿀 등 기존 제품으로부터 차별화를 통해 봉독 등 의학, 약학 분야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노력해야 한다. 넷째, 국제적 꿀벌 위기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대응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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