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11년 하나 HSBC생명에서는 세계 1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은퇴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은퇴하면 떠오는 것’에 대한 질문에 세계평균에서는 ‘자유’(48%)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던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하면 ‘경제적 어려움’(55%)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사회가 은퇴 이후 소득과 소비생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은퇴의 일반적인 정의는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근로 및 소득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더 이상 일자리를 찾을 의사가 없는 완전은퇴(full retirement)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부분은퇴(partial retirement)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직관적으로 볼 때 은퇴 이후에도 소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일자리 은퇴 후 연금소득이 없거나 있어도 소비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은퇴 이후에도 노동공급을 지속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은퇴 후 충분한 소득이 있어도 자발적으로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수동적으로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에 정부는 노후 생활 지원과 보장을 위해 강제저축 성격의 각종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안정적 노후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국민연금제도, 노령연금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또한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9년에는 노인인구비중이 14.4%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우리나라 고령인구비율이 7%에서 14%까지 늘어나는데 걸리는 기간은 19년으로 미국 72년, 일본 24년에 비해 매우 빠르다.
위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 속에서 중.고령자의 노동공급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중.고령자의 노동공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결정요인을 분석하고, 더 나아가 분석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정책적 시사점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국민노후보장패널>로 본 중.고령 노동공급자
분석에 활용한 <국민노후보장패널>은 격년 단위로 조사하는 자료로서 2005년부터 1차 패널조사를 시작으로 2009년 3차 패널조사를 완료했다. 2005년 기준으로 만 50세 이상 가구원이 있는 전국 5000여 개 가구에 대하여 조사하고 있어 분석에 적합한 자료이다. 연구의 목적이 중.고령자 노동공급에 대한 결정요인을 분석하는 데 있으므로 분석대상도 2005년, 2007년, 2009년까지 3개년도 조사에 모두 응한 가구 중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근로자의 정년퇴직연령이 55세에서 가장 빈번하게 분포하고 있음에 기초한다.
<국민노후보장패널>을 통해 본 연령별 노동공급자 수도 주로 일반기업의 은퇴시점인 55세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며, 공무원 등은 61세 이후부터 노동공급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국민노후보장패널>을 통해 살펴 본 중.고령 노동공급자의 비중은 40%대를 유지하고 있어 10명 중 4명은 은퇴 후에도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자 비중이 56~57%대로 남자의 노동공급비중이 높게 지속되고 있고, 노동공급자의 연령은 65세, 노동공급자 중 배우자가 있는 개인의 비중은 82.3%로 높게 나타났다. 노동공급자의 평균 교육연수는 7년 정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며, 노동공급자 중 가구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70.6%였다. 노동공급자의 신체건강상태가 보통 이상이 66.3%로 건강상태에 따라 일할 확률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국민노후보장패널> 1~3차년도 횡단면 자료를 토대로 이항로짓(binomial logit)모형을 이용하였다. 로짓모형 추정방법은 회귀분석 방법의 일종으로 종속변수가 노동공급여부와 같이 연속적이지 않고, 노동공급 또는 미공급과 같이 범주형 변수(categorical variables)일 때 사용하는 유용한 분석방법이다. 이와 유사한 분석방법으로는 프로빗(Probit)분석 방법이 있다.
중.고령자 개인의 노동공급 결정요인 및 공적연금의 효과

중.고령자 개인의 노동공급 결정요인 및 공적연금의 효과를 실증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고령자의 노동공급 결정요인 분석 결과, 배우자가 있을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가구주일수록, 건강상태가 양호할수록 노동공급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 이론과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자택을 소유하고 가구원 수가 적으며 경상소득이 많아도 일할 확률이 높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와는 다소 다른 결과였다.
둘째, 공적연금수급 여부가 노동공급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노동자가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경우 노동공급이 감소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정부의 국민연금제도, 기초노령연금 등의 공적연금제도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중.고령자가 연금을 받을 때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는 효과는 2005년에는 28.0%, 2007년에는 21.3%, 2009년에는 16.9%로 점차 줄어, 해가 지남에 따라 연금을 받는 노동자가 일할 확률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는 연금을 받으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거나 일거리를 줄이는데, 최근으로 올수록 일거리를 줄이는 폭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으나, 그중 하나는 연금이 해가 지남에 따라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기능이 미덥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노동자 연령변수의 경우 2007년 자료에서 연령의 제곱변수는 음(-)의 값을 갖고 연령변수는 양(+)의 값을 갖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노동공급의 극대화 연령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극대연령인 60세까지는 노동공급을 증가시키다 이후 은퇴시점과 맞물려 노동공급이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다섯째, 가구내 지위에서 경제적 책임감이 노동공급압력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구주이면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일수록 노동공급확률이 높게 나타나는 결과를 볼 때, 가구내에서 가계 경제력을 주도하고 있는 개인의 압력이 노동공급압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노동공급자 가구주의 성비는 남성이 75.7%로 여성에 비해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중.고령자 부모의 노동공급 확률이 작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중.고령자 자녀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부모에게 용돈 등의 형태로 이전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노동공급압력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섯째, 자택을 소유한 개인의 부채상환부담이 노동공급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주택담보대출금 때문에 상환의무가 노동공급 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주택관련대출의 가계소비를 구축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학설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정책적 시사점
이상의 분석결과에 의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공적연금의 노동공급 감소효과가 해가 지남에 따라 작게 나타나 자산의 충족성 측면에서 공적연금 기여도가 작아질 수 있다. 반면, 기대수명 연장과 노후여가활동, 실버산업관련 소비지출패턴의 변화 등으로 소비지출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공적연금의 소득대체효과는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공적연금제도로 대표되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소득대체율 인하 방안은 자산충족률을 더 하락시켜 노후소득보장효과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충효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적연금의 은퇴 후 자산충족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장년층의 개인연금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적정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추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적연금수급자의 노동공급확률이 감소하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생산가능인구의 중.고령자 부양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령자의 부양부담 증가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출산장려정책의 확대로 출산율 제고를 통한 향후 고령인구 부양부담을 완화하는 장기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가구내에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는 가구주의 노동공급확률이 매우 높다는 결론으로부터 가구주 중심의 새로운 노동공급정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노동공급자의 가구주 중에서 남성 가구주가 여성보다 3배 높은 현실을 고려한 적절한 정책이 필요할 것을 보인다.
향후 연구과제로는 본 연구의 연장으로 중.고령자의 노동공급상태 변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패널자료를 활용한 DID 분석(Difference In Differences Analysis)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연구를 통해 개인특성 및 상태변화에 따른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는 공적연금전체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는데,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장려세제 등 다양한 제도가 노동공급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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